[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일본의 차기 총리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벚꽃 스캔들'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가운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발표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환경상이 17%로 2위, 아베 총리는 15%로 3위에 그쳤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1위 수성이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강력한 라이벌이자 유일한 대항마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후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줄곧 2위 또는 3위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총리 3선에 성공한 아베 총리가 각료들의 잇따른 불명예 사퇴, 국가 행사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벚꽃 스캔들 등으로 레임덕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시바 전 간사장이 새로운 일본 총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이시바 전 간사장이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달 15~17일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였다. 그는 21%의 지지를 얻으며 고이즈미(18%), 아베(15%)를 따돌리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후에는 그야말로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TBS 방송의 재팬뉴스네트워크(JNN)가 지난 7~8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시바는 24%의 지지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고이즈미가 19%로 2위를 기록했으며, 아베는 12%로 3위에 머물렀다.
아베 총리에 우호적이라는 산케이신문과 FNN(후지뉴스네트워트)이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시바는 18.5%의 지지를 얻으며 아베(18.2%)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고이즈미는 14.5%로 3위를 기록했다.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 폐해가 지적되면서 일본 국민들은 아베 4선에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이 14~15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4선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1.5%를 기록하며 "찬성한다" 28.7%를 크게 웃돌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957년생으로 아베 총리보다 세 살 아래다.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1986년 중의원에 첫 당선됐으며 이후 방위청 장관, 방위상 등을 역임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방위 전문가로 입지를 다진 인물이다.
정치 성향은 기본적으로 우파에 속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등 아베 총리에 비해서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열린 소견발표회 및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오른쪽)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전 간사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