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여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이용하여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를 말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막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뉴스통신사 뉴스핌은 '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칼럼을 매주 연재하며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영향, 그리고 전망을 독자들에게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 핵심 부품이 반도체이다. 이들 핵심 기술의 개념과 원리, 응용을 설명하여 일반 독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하며 더 나아가 개인과 기업,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AI대학원 겸임교수, IEEE펠로우, 카이스트 ICT석좌교수, 한화 국방 인공지능 융합연구 센터장, 삼성전자 산학협력센터장 등을 겸하고 있다.
전기 자동차에 필요한 다중 물리 기술
미래 자동차의 구동 방식이 점점 전기자동차로 기울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감소 요구를 포함한 친환경을 위한 사회적 영향으로 전기차의 보급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정호 교수 |
그러나 아마도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충전 인프라 구축, 그리고 전기자동차의 가격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현재의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가 주로 쓰일 것으로 생각한다. 당장 전기자동차의 급속한 보급이 쉽지 않다. 지금은 정부 지원 자금으로 버티고 있다.
이러한 전기자동차에 꼭 들어가는 제품이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퓨즈(Fuse)'라고 불리는 과전류 차단기 부품이다. 자동차 운전자와 기계의 안전을 위해서 전기 누전에 대비해 과전류가 흐르는 것을 방지하는 차단기 회로이다. 가정에서 보는 일종의 '두꺼비 집'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수백 암페어(Ampere) 이상의 전류를 순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전기 자동차 내의 전류 사용량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퓨즈의 전류 용량도 증가하고 사용 개수도 증가한다.
그런데 이러한 고전류 전기자동차에서 사용하는 퓨즈의 기술 개발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왜냐하면 퓨즈가 끊어질 때 높은 전류가 흐르고, 그때 일종의 전기 스파크가 생겨 불꽃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순간적으로 퓨즈에서 매우 높은 온도가 생긴다. 그래서 퓨즈에서 높은 압력이 발생기고 폭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전기자동차의 퓨즈가 폭발 장치로 돌변한다. 그럼 전기자동차와 승객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다. 따라서 퓨즈가 끊어지더라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 개발의 핵심이다.
그렇게 하려면 개발과정에서 여러 가지 공학적인 이론 모델과 해석,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리고 측정 평가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통합 과정을 통해서 최적의 구조와 재료를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기회로 이론과 전자기학뿐만 아니라 열역학, 재료 공학의 고난도 기술을 모두 함께 사용해야 한다. 더 어려운 것은 각각의 기술이 독립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통합해서 해석되고 이론이 연결되고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요구 조건에 맞는 최적 구조와 재료를 설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전자공학, 반도체 공학, 전기공학뿐만 아니라 진동, 소음, 열역학, 유체 역학의 융합 기술이다. 여기에 재료 기술, 감성 기술, 인공지능 기술도 추가된다. 이러한 기술 융합 분야를 '다중 물리 기술(Multi-Physics Technology)' 혹은 '다중 영역 기술(Multi-Domain 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최근 필자의 연구실에서 학부 기계공학과 출신 학생이 전기자동차 퓨즈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설계 과정도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으로 예측한다. 융합 영역이 더욱 넓어진다.
전기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퓨즈의 폭발 과정 컴퓨터 시뮬레이션 장면. [출처=KAIST] |
전기자동차에는 이러한 퓨즈 외에도 중요한 부품으로 릴레이(Relay)가 필요하다. 일종의 고전류 스위치이다. 전기를 연결하거나 끊는 장치이다. 이 수백 암페어의 전류 스위치는 일종의 기계적인 스위치이다. 반도체 스위치는 감당하지 못한다.
여기서 전기가 끊어질 때 스파크가 일어난다. 불꽃이 일어난다. 그러면 화재의 위험성도 있고, 릴레이 스위치의 수명이 줄어든다. 여기 역시 전기뿐만 아니라 재료, 물리, 열역학 기술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다중 물리, 다중 영역 기술이다.
현재 자동차 릴레이 시장은 일본의 파나소닉(Panasonic)이 100% 독점하고 있다. 파나소닉이 릴레이를 수출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은 전기자동차 생산을 전혀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이렇게 일본 부품에 의존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바로 다중 물리 기술이 어렵고 개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중 물리, 다중 영역 기술은 논문 몇 편 쓴다고 되지 않는다. 영역을 넘나들면서 수십 년 경험을 쌓아야 한다. 단순히 복사해서 생산한다고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전문가는 다중 영역 전문가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다중 영역 기술이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수학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 선형대수학, 미적분학, 통계학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산 수학, 게임 이론도 모두 알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이들을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른 말로 다중 수학(Multi-Mathematics)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계산 방법을 찾을 때, 수학적 기초가 상상력과 논리력,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 특히 인공지능 기계학습인 딥러닝은 수학에 기초하고 있다. 딥러닝 학습 방법 자체가 수학 계산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구조와 변수의 최적화에 수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야 컴퓨터 용량, 메모리 용량, 전력 소모, 시간 지연을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손안의 핸드폰(On-device AI)으로 들어갈 수 있고, 실시간 인공지능 서비스도 가능하게 된다. 인공지능 학과나 인공지능 대학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부분이 바로 기초 수학이다.
인공지능에서의 융합은 수학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잘 알아듣도록 입력해야 한다. 그러니 소프트웨어와 코딩 능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짜는 정도를 넘어서 효율이 높고 비용이 적게 드는 프로그램으로 짜야 한다.
그러려면 컴퓨터 사용 대수, 사용 시간, 사용 전력을 줄여야 하고, 더 나아가 메모리 사용량도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컴퓨터 구조와 계층적 메모리 구조, 데이터 구조도 알아야 한다. 조금 더 깊이 있게는 반도체 프로세서와 반도체 메모리의 특성과 구조도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인공지능 기술은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구조, 반도체, 데이터 구조도 일정 부분 원리를 습득해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5가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바로 프로그래밍 언어(Programming Language), 기초 수학(Mathematics), 응용 수학(Applied Mathematics), 딥러닝 인공지능망 이론(Neural Network), 컴퓨터 언어 처리(Language Processing) 능력이다.
이제 인공지능 응용 분야는 수없이 많다. 생산, 물류, 유통, 광고, 안전, 의료, 의약, 보험, 금융, 부동산, 교육, 행정 등 우리 전체 사회와 전체 산업 분야이다. 이러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결합하여 효율을 높이고 이윤을 증대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인공지능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산업 응용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배달의 민족'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할 때가 바로 그러하다. 음식, 배달, 물류, 광고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인공지능 전문가여야 한다. 인공지능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일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인공지능도 다중 영역 전문가 시대이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기 위한 5가지 전문 능력. [출처=KAIST] |
인공지능 전문가는 짬뽕 전문가
우리가 좋아하는 대표적인 중국 음식이 '짬뽕'이다. 짬뽕은 아마도 일본에서 거주하던 화교가 개발한 음식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완성된 음식일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계 일본인'으로 표현할 수 있다.
짬뽕이라는 단어는 중국 푸젠성의 '밥 먹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짬뽕은 유래 자체가 융합적이고, 음식 내용물 자체도 융합적이다. 야채, 해산물, 고춧가루, 단무지 모두 섞여 있다. 바야흐로 '다중 문화(Multi-Culture) 음식'이다. 문화도 기술도 섞이고 융합해야 모두 경쟁력이 있다. 인공지능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인공지능 전문가는 여러 분야 학문과 기술, 산업과 문화 영역을 넘나들면서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분야와 먼저 말이 통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집이 세지 않고 유연해야 한다. 남의 말과 의견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도 이해하고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우물 안을 빠져나오고 벽을 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미래에 필요한 인공지능 전문가는 용기 있는 융합형 인재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전문가의 사회적 능력은 5가지로 제시된다. 바로 소통능력(Communication Skill), 창조적 비판 능력(Critical Thinking), 빠른 구현 능력(Rapid Prototyping), 응용 산업(Industry Knowledge)에 대한 이해, 최신 기술 지속 공부 능력(Keep Updated)이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기 위한 5가지 사회 능력. [출처=KAIST] |
최근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양사가 싱가포르에 세운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의 회장 자리로 옮겨간다. 김봉진 대표도 바로 융합형 인재이다.
김봉진 대표는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이어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이모션에서 디자이너로 경력을 시작해 네오위즈, NHN을 거쳐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했다.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다중 영역, 다중 기술 융합 전문가의 성장 모습이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joungho@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