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삼성전자가 중국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한 후 인근 상권이 붕괴하고 공급업체들은 생산량을 급격히 줄이는 등 지역경제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삼성전자가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 시설이었던 후이저우 공장 가동을 멈춘 후 인근 소매 점포의 60%가 폐업했다. 앞으로 상권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낮아 폐업하는 점포는 계속 속출할 전망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식당, 슈퍼마켓, 약국, 편의점, 인터넷 카페, 호텔 등 삼성 공장 직원들의 수요에 기댔던 지역 상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후이저우의 한 식당 주인은 "삼성 공장이 문을 닫기 전 한달 매출이 6만~7만위안(약 1019만~1188만원)에 달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몇 백 위안 밖에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 노동 환경 감시기관 대표인 류카이밍은 "삼성의 후이저우 공장은 지난 20년 간 광둥성 공급망 전체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며 "삼성 철수로 광둥성에서 100개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광둥선 둥관(東莞) 소재의 한 자동화 업체는 최대 고객인 삼성의 주문이 끊겨 대규모 적자에 몰리자 임원들에게는 3개월 강제 휴가를 명령하고 생산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을 일주일에 1~2일로 단축했다.
이 업체의 한 직원은 "회사가 공식 감원을 단행하기보다는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급여를 줄여 직원들이 스스로 그만두기를 유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삼성의 주문이 한창 밀려오던 몇 년 전만 해도 직원이 1만 명을 넘었으나 지금은 3000명 가량으로 줄었다.
인근 부동산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지역에 6~7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100채 가량 있고 대부분 삼성 직원들이 거주하고 있었으나, 공장 폐쇄 후 가격이 폭락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8월 한중 국교 수립 4일 전에 후이저우 휴대전화 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2007년부터 이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해 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가 세계 1위를 기록했던 2011년 삼성전자는 후이저우와 톈진 공장에서 각각 7014만대와 5564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해 수출했다.
2017년에는 후이저우 삼성 공장에서 6257만대의 휴대폰이 생산됐다. 이는 후이저우의 총 수출입 규모의 약 31%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실적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내 생산시설을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톈진에서 철수한 데 이어 지난 10월 근 30년 간 지역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해온 후이저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후이저우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이 후이저우 공장 문을 닫은 첫 달인 10월 후이저우 수출 규모는 140억위안(약 2조3760억원)으로 전년비 27% 감소했다.
지역 주민들은 '지역 경제가 죽어가고 있으므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광둥성 정부가 삼성을 대체할 다른 공장을 들여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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