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인 2017년 북한에 경고의 의미로 한국 내 미국 민간인 소개령을 내릴 뻔 했다는 일화가 폭로됐다.
이러한 내용은 미국 CNN의 국가안보 해설가인 피터 버건의 신간 '트럼프와 그의 장군들:혼돈의 비용'(Trump and His Generals: The Cost of Chaos)에서 공개됐다.
피터 버건의 신간 '트럼프와 그의 장군들:혼돈의 비용'(Trump and His Generals: The Cost of Chaos) 표지 [사진= 아마존 캡처] |
10일(현지시간) 출간된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초 4성 장군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 '비선' 국가안보 고문역을 하던 잭킨 전 육군참모차장이 출연한 폭스뉴스를 시청하던 중 국가안보팀에 "미국 민간인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뉴스에서 잭킨은 미국의 군사행동이 가능하다는 강력한 경고를 북한에 보내려면 "주한미군 가족들을 한국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 동반하는 가족 없이 군인들만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류하기 위해 "공격과 전쟁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한국 주식시장을 붕괴시키고 70년 동맹을 무너뜨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서 그렇게 하라!'고 고집을 부렸다고 버건은 전했다.
국방부와 백악관 관리들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을 달래는 한편 국방부 관리들이 "민간인 철수는 북한에 전쟁 개시를 신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을 재차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뜻을 굽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관계의 개선도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변덕이 이유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버건은 서로를 '로켓맨'과 '미치광이'로 부르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으나,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이 일변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올림픽에 초청하고 개막식에서 남북이 공동입장을 하는 등 남북 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거친 언사를 중단하고 김 위원장과 만나는 일에 집중했고 한국의 중재 노력이 뒷받침돼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고 버건은 전했다.
버건은 또 취임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상당히 무신경한 상태였다고 폭로했다.
2017년 4월 중순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한 관련 브리핑을 받는 도중 한밤중의 한반도 위성사진을 보고는 불빛이 환한 중국과 한국 사이 깜깜한 공백으로 남은 북한을 가리키며 "저 곳은 바다냐"라고 물었다고 버건은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이 북한과 저렇게 가까운 것이냐, 그들은 이사를 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배치한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사일에 대해 짐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자주 불만을 제기했다고 버건은 전했다.
이에 매티스와 맥매스터가 사드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 10만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사드 부지는 한국이 기부했다는 사실을 들며 설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형편없는 골프장을 준 것 뿐"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주둔 미군에 대해서도 "우리가 무엇을 얻는가, 우리가 왜 모든 것을 지불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경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고 버건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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