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무더기 필리버스터'로 정기국회 마비 시도
민주당, '쪼개기 임시회' 검토…날치기 본회의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자유한국당이 지난 29일 199개 의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하며 전격전을 시도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우군을 확보하는 한편 '쪼개기(살라미)' 임시회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각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패스트트랙 정국에 대한 각자의 구상을 밝혔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29일 본회의를 앞두고 198개 법안과 인사에 관한 안건 1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본회의 출석을 거부하면서 본회의는 열리지 않은 상태다. 본회의를 개최하면 필리버스터를 반드시 받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상임위원장-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30 alwaysame@newspim.com |
민주당은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에 부쳐지는 점을 이용해 향후 임시회 일정을 하루 단위씩 쪼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러 차례의 임시회를 통해 민주당은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안을 모두 본회의에 상정시킬 수 있다.
이에 대비해 한국당은 비쟁점법안 전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렇게 되면 이달 10일 정기국회가 끝나도 다음 열리는 임시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실시되지 않은 의안에 대해 다시 필리버스터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원을 받아 본회의 의사일정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즉 기존 199개 의안에 앞서 민주당이 통과시키기를 원하는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안을 앞에 배치하면 정기국회 이후 수 차례의 임시회를 통해 표결을 시도할 수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임시회를 연속으로 여는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그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자세한 말씀은 못 드리는데 그에 상응하는 손쉬운 대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9.11.27 kilroy023@newspim.com |
민주당의 전략이 통하려면 몇 가지 국회법상 쟁점이 있다. 우선 초단기 임시회를 연이어 열 수 있는가다. 국회법상 임시회는 소집이 용이하지만 임시회 기간을 정하는 것은 본회의 의결사항이다.
국회 관계자는 "회기는 운영위 또는 교섭단체 협의를 거쳐야 하고 얼마동안 열지는 본회의 의결사항"이라며 "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민주당이 한국당을 배제한 채, 혹은 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시회 회기에 대해 본회의서 의결을 해야 한다. 문 의장은 물론이고 나머지 정당들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막기 위해 한국당을 빼고 다른 야당들과 함께 본회의를 따로 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로 문 의장이 임의적으로 본회의 의사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가다. 즉 민주당이 먼저 통과시키기를 원하는 법안들을 다른 의안들보다 먼저 배치할 수 있는가다.
국회 관계자는 "당일 의사 일정은 국회의장이 결정할 수 있다"며 "가능성일 뿐이긴 하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을 앞으로 돌리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적 부담은 있다. 본회의 당일 의사일정은 관례상 교섭단체가 합의해서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여당이나 문 의장이 밀어붙일 경우 강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법적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