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한국 내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발표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진출 일본 기업 경기 앙케이트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진출 기업의 2019년 영업이익 전망 DI('개선'에서 '악화'를 뺀 비율)은 마이너스 15.7을 기록했다.
이는 리먼 쇼크 이후인 2009년 기록했던 마이너스 12.5보다 대폭 악화된 수치이며, 과거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JETRO는 "미중 무역마찰에 따른 중국의 경기 감속과 반도체 시황 악화에 한일 관계 냉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데상트'는 한국 내 불매운동 여파로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조정했다.
당초 1440억엔(약 1조5600억원)을 예상했던 매출액은 1308억엔으로 낮췄고, 순이익도 당초 53억엔에서 7억엔으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데상트의 한국 내 7~9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으며, 10~12월도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세키 슈이치(小関秀一) 사장은 지난 6일 지지통신에 "겨울 시즌이 끝난 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본차 판매는 8월 56.9%, 9월 59.8%, 10월 58.4%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토요타가 69.6% 감소한 408대를 판매했고, 닛산이 65.7% 줄어든 139대를 판매했다.
한국 맥주 수입국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일본 맥주도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9월 한국으로의 맥주 수출액은 58만엔을 기록하며, 전월 5009만에서 98.8%가 감소했다. 맥주 수출은 8월에도 전월 대비 92.1% 감소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수입맥주 부문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아사히맥주가 올해는 기록을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외에도 중국 -3.8, 대만 -8.9, 홍콩·마카오 -8.4를 기록하는 등 동북아시아 전 지역에서 DI 악화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9월, 아시아·오세아니아 20개국 지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5697개사로부터 응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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