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허락 받아 재판서 법률적 견해 밝혀
변호인 대신 직접 증인에게 질문하기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제가 한마디만 하겠다", "재판장이 허용하시면 증인신문 관련해서 질문 좀 하겠다."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인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1년. 임종헌 차장은 그간 재판 과정 내내 재판장에게 발언 기회를 달라며 자신의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9 mironj19@newspim.com |
통상 첫 재판에서 인적사항 등을 묻는 인정신문 절차에 대답하거나 특별히 재판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호인이 아닌 피고인이 직접 진술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종종 재판부의 허락을 구한 뒤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한 법률적 견해를 밝히거나 증인신문 과정에서 직접 증인에게 질문하는 등 다른 피고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임 전 차장은 지난 3월 11일 열린 사법농단 첫 재판에서 "재판장과 두 판사가 검찰발 미세먼지로 형성된 신기루와 같은 허상에 매몰되지 말고 피고인의 주장과 증인 진술을 차분히 듣고 무엇이 사안의 진실인지 판단해달라"며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의 지시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한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증인신문에서 직접 준비해온 질문 내용을 통해 지시 경위나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기도 했다. 또 증인의 대답이 불명확하다며 자신의 기억과 대조해 맞는지 재차 확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구치소에 있어) 변호인을 접견할 수 있는 기회가 현실적으로 적고 기록을 충분히 볼 시간이 없다"며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임 전 차장은 5월 13일 재판부가 자신에 대한 구속심문 뒤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도 법률상 의문을 제기했다.
구속기간 연장 결정 이후 일주일 뒤 열린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은 "피고인은 변론권이 있고 서면이든 법정 구술을 통해서든 의견을 진술할 권한이 있다"며 "영장발부에 대한 의문사항에 관해 법률적 견해를 말하려고 한다"고 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이미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형사소송법상 영장 발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가 없다"며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잠시 휴정한 뒤 임 전 차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임 전 차장은 "추가 기소 후 병합된 두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구속영장 심리가 이루어졌음에도 발부된 영장에는 한 사건의 공소사실만 기재돼 있다"며 "이같은 공소사실 기재 일부누락이 재판장의 단순 실수인지, (실수가) 아니라면 일부에 대한 영장 발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나아가 임 전 차장은 6월 2일 "재판부가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며 자신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에 대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그러나 기피 신청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서 두차례 기각돼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그의 재판은 잠정 연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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