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자격 제한'·'주주총회 시 사업보고서 제공 의무' 큰 문제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사외이사 자격 제한과 주주총회 시 사업보고서 제공 의무 등을 규정한 상법 시행령 개정이 오히려 주총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상법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재혁 협의회 법제공시팀장은 이날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2가지가 특히 문제"라며 "바로 '상장회사 사외이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대폭 줄인 것'과 '주총 소집할 때 사업보고서 등 제공을 의무화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9월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6년(계열사로 포함 시 9년)으로 제한하고, 주총 소집 통지 때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함께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팀장은 "상장회사 사외이사는 해당 기업과 사업을 잘 아는 전문가(전문성) 중에 오너의 눈치를 보지 않고 쓴 소리를 할 수 있는(독립성) 사람이어야 한다"며 "전문성과 독립성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규정이 독립성 확보에 치우쳐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제 기업과 사업을 이해하고 건설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이들까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개정이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사실과 맞지 않다고 했다.
이 팀장은 "회의록에 사외이사가 반대한 내용이 없다는 근거로 거수기라는 비판이 난온다"며 "하지만, 이사회는 공식 개최 전에 수많은 의견조율을 거친다. 사전에 사외이사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정한 결과를 안건으로 올리니 당연히 반대의견이 없다"고 반박했다.
[로고=한국상장회사협의회] |
협의회에 따르면, 개정안으로 인해 당장 내년에 새로운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회사가 566개사, 새로 선임해야 할 사외이사는 718명이다. 이 중 대부분이 중견·중소기업으로, 494개사(87.3%), 615명(85.7%)에 이른다.
이 팀장은 "이는 금융업을 제외한 조사 결과로, 실제 사외이사가 필요한 회사는 더 많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사외이사 인력 대란"이라고 말했다.
주총 때 사업보고서를 같이 보내는 것과 관련해선,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 등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처럼 주총을 소집할 때,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첨부하려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가 지금보다 빨리 나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팀장은 "사업보고서는 공개되는 투자정보로, 주주가 아닌 이들도 볼 수 있다"며 "따라서 내용이 정확해야 하고, 추후에 변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나온 감사보고서에서 '적정'으로 판단받은 재무제표가 나중에 개최된 주총에서 부결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나온 사업보고서와는 다른 배당률이 주총에서 결정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 팀장은 이어 "부실감사가 가장 큰 걱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배당을 하는 회사의 외부감사인은 2월 말 또는 3월 초까지 감사를 종료해야 한다. 현재 5주였던 감사기간이 3주로, 40%나 줄게 된다. 부실감사가 염려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