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주요 기업들의 중간 실적도 3년만에 하향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12일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기업(금융 제외)의 순이익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줄어들면서 3년만에 감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미·중 간 무역갈등이 오래 이어지면서 수출이 둔화된 탓이다.
일본 도쿄의 수출항에 적재돼 있는 컨테이너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문에 따르면 SMBC닛코(日興)증권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1347개사(금융제외) 가운데 1087개사의 중간 결산을 집계했다. 이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동기비 1.1% 증가한 213조엔이었지만, 순이익은 9.5% 감소한 13조엔이었다.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순이익이 20.5% 감소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중국 거래가 많은 기계·전기기품 등의 업종에서 순이익이 20% 이상 감소했다.
공작기계 제조사 오쿠마(オークマ)의 경우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비 11.0% 감소한 893억엔, 순이익은 23.1% 감소한 61억엔이었다. 수주액은 같은 기간 30% 이상 줄어들었다. 이에키 아쓰시(家城淳) 오쿠마 사장은 "일본과 미국, 유럽, 아시아 모든 곳에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일본 최대 제철사인 일본제철도 중국 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 일본제철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비 46.6% 감소한 731억엔, 순이익은 66.8% 감소한 387억엔이다. 철광석 가격 상승에다 중국 공장에 수출하는 제조장치, 공업제품 생산이 둔화되면서 철강수요가 저조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비제조업의 경우 변동폭이 큰 전기·가스를 제외한 업종에서 같은 기간 순이익이 4.8% 감소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영향이 컸다. 소프트뱅크 측은 지난 7일 상반기 순이익이 4215억엔으로 전년 동기비 50%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비관적인 상황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 일본은행(BOJ) 관계자는 "해외경제 회복은 이제까지의 전망보다 반년정도 늦어진 내년 중반으로 미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연간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하기 시작했다. SMBC닛코증권 집계에 따르면 연간 실적 예상 전망을 하향수정한 회사는 264곳으로, 상향수정한 기업의 2배 이상이었다. 또 실적을 하향수정한 기업의 80%이상은 제조업이었다.
건설기기 제조사인 고마쓰(コマツ)는 연간 순이익 전망을 350억엔 낮춘 1800억엔으로 하향수정했다. 고마쓰는 중국경제 둔화로 인한 석탄가격 하락으로 관련 기기 수요가 저조해지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이 같은 수요 감소 상황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가와 히로유키(小川啓之)사장은 "지금까지의 전망이 허술했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의 경우 소비증세 영향이 불안요소로 꼽힌다. 9월까지는 사재기 수요가 있었지만, 10월 이후는 이에 대한 반동으로 실적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일본 주요기업의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역시 0.7% 감소로 동반 하락할 전망이다. 매출액과 손이익이 동시에 감소한다면, 지난 2008년 리먼쇼크 사태 이후 처음이 된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갈리고 있다. 이토 게이치(伊藤桂一) SMBC닛코증권 치프 퀀츠애널리스트는 "미중관계가 회복된다면 (기업들의 실적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한 반면, 익명의 BOJ 관계자는 "엔고 등 금융환경이 악화되면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리스크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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