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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은 가짜 인간 창조하는 '딥 페이크'...상용화 가능한가"-FT

기사입력 : 2019년10월13일 10:00

최종수정 : 2019년10월13일 10:13

[편집자] 이 기사는 10월 11일 오후 2시56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유튜브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확인해봤더니 이 영상은 딥 페이크를 이용해 코미디언 조던 필의 목소리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영상에 입힌 것이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딥 페이크는 영화계에서 현재 시각효과를 대신할 기술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 지적부터 딥 페이크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완벽한 디지털 인간을 만들 수 있는 딥 페이크가 영화산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짜 정치인 연설 영상이나 포르노 제작에 사용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배우 윌 스미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화 '제미니 맨'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했다. 2019.10.06. [사진=로이터 뉴스핌]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제미니맨'이 지난 4일 개봉했다. 영화 속에서 51세 윌 스미스가 맡은 '헨리'는 23세 윌 스미스인 '주니어'에게 쫓긴다. 사실 주니어는 뉴질랜드 디지털 시각 효과 스튜디오 웨타디지털이 골격부터 눈썹 끝까지 만들어낸 허구이다. 영화 제작 비용은 1억3800만 달러 규모에 이른다. 주니어 제작 비용은 윌 스미스라는 할리우드 인기 배우의 몸값보다 비싸다.

한편, 제미니맨이 개봉되기 몇 주 전 유튜브에는 '윌 스미스가 영화 '메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네오) 역을 맡았다면'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등장했다. 영상에서 키아누 리브스 대신 윌 스미스의 얼굴이 나타나 빨간 알약을 삼키고 공중에서 총알을 멈추게 한다. 영화와 달리 거대 예산이 들지 않고도 딥 페이크라는 기술을 통해 '가짜' 윌 스미스를 재현해냈다.

딥 페이크(deep fake)란 '딥 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특정인의 표정과 목소리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딥 페이크 기술을 사용하면 특정 영상에서 특정인의 얼굴만을 떼어내 연예인의 얼굴을 붙일 수도 있고, 유명 정치인이 우스꽝스러운 내용의 연설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짜 동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표정이나 이목구비의 움직임 뿐 아니라 제스처와 목소리까지 복제 가능하다.

◆딥 페이크, 비용·시간 절감 장점에도 활용 단계 진입 어려워

고급 시각효과는 분당 수백만 달러가 들어가고 노동력과 시간도 많이 든다. 제미니 맨 뿐 아니라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나온 헐크 역시 같은 기술로 만들어졌다. 웨타디지털의 얼굴 모션 담당 스튜어트 애드콕은 주니어를 제작하는 동안 "수백 시간동안 애니메이터와 모델, 제작자들이 고된 시간을 보냈다"며 "진짜 인간을 처음부터 만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딥 페이크가 시각효과 기술과 결합하면 제작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각효과 스튜디오인 DNEG의 공동 설립자이자 제작자인 폴 프랭클린은 "리얼리즘의 가격이 지난 20년새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DNEG 같은 회사들이 가진 기술은 기성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앞으로 10년 안에 영화 '제미니 맨'에 나온 기술은 상투적이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현재의 딥 페이크 기술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피드 영상에서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구성할 수 있어도 아이맥스(표준 너비 22m·높이 16m) 스크린에서는 활용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랭클린은 "예를 들어 입 주변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눈이 다른 곳을 응시하는 등 약간만 이상해도 우리는 그 즉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딥 페이크 기술의 또 다른 문제점은 비즈니스 모델과 스폰서의 부재다. 딥 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영화 '명탐정 피카츄'를 제작한 프레임스토어의 팀 웨버 수석 크리에이터는 무료 오픈 소스와 이를 공유하는 지하 커뮤니티가 상용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 기업의 투자가 돌파구로 제시되고 있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에픽게임즈는 '인더스트리얼 라이트앤뮤직'과 '픽사' 등 시각효과 기업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딥 러닝 기반 전신 솔빙(Solving) 기술 전문업체인 아이키네마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에 시각효과 업계는 애플의 애니모티콘 '미모지'의 업그레이드와 AI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시리'와 '알렉사'의 시각화 등 기술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할리우드를 비롯한 정계와 시민단체들 일부는 딥 페이크 자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딥 페이크를 악용해 가짜 영상을 만들어 허위정보로 선거인단을 선동하거나 회사 재정을 사취할 가능성이 있다. 또 포르노 영상에 특정 인물 얼굴을 합성해 해당 인물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사이버 보안 연구 회사 딥트레이스가 지난 9월 발표한 딥 페이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2월 약 8000개로 집계됐던 딥페이크 비디오가 2019년 1만4698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96%는 포르노이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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