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10으로 낙서하고 QLED TV로 영화도 보는 체험형 공간
삼성전자의 여섯번째 글로벌 쇼케이스..판매보다 ‘경험’에 초점
[런던(영국)=뉴스핌] 나은경 기자 = 한쪽 벽면에 사람들이 손에 스프레이통을 하나씩 들고 그래피티에 열중이다. 저걸 어떻게 지우지? 걱정하던 찰나 벽에 있던 그래피티들이 전부 사라지고 새 벽면이 나왔다(?). 또 다른 무리가 와서 스프레이캔을 아래위로 마구 흔들며 낙서를 한다. 너무 오래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었는지 어떤 사람의 그래피티에선 물감이 줄줄 흘러내린다.
영국 런던 '삼성 킹스크로스'에 마련된 '갤럭시 그래피티' [사진=삼성전자] |
지난 8일(현지시간) 방문한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에 약 1858㎡ 규모로 마련된 체험형 쇼케이스 ‘삼성 킹스크로스(Samsung KX)’ 모습이다. 위아래로 흔들면 똑딱똑딱 소리가 나는 그래피티스프레이부터 너무 오래 한 곳에 분사하면 벽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물감까지. 진짜인 줄 알았던 그래피티스프레이는 알고보니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스프레이 모양의 케이스를 씌운 거였다. 당연히 스프레이에서 나오는 물감과 벽면도 진짜가 아니라 벽 모양 스크린의 일부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갤럭시 그래피티(Galaxy Graffiti)’ 외 다른 체험 공간들이 펼쳐진다. 한쪽 끝에는 스타벅스의 커다란 나무 테이블을 연상케 하는 노트북 이용자를 배려한 작업공간이 있다.
다른 코너에선 젊은 커플이 삼성의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로 영화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HMD를 착용하고 가상현실(VR) 기기로 게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중 유료서비스는 하나도 없다. 다들 자연스럽게 킹스크로스 지역 ‘콜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 최상층에 위치한 이곳으로 들어와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들을 구경하고 실사용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간다. 지난 7월 31일 사전 개관 후 한 달여 동안 2만명 이상이 입소문을 타고 찾아왔다.
삼성 킹스크로스는 성공적인 사전 개관 뒤 지난 3일 정식 개관해 본격적인 체험형 쇼케이스로 운영되고 있다. ‘매장이 아닌 곳(Not a Shop)’을 모토로 만든 장소로, 제품은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 이곳 스텝들이 판매압박없이 자유롭게 방문객의 제품 체험을 돕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아까 갤럭시 노트10으로 내 사진을 찍어주고 ‘더 프레임’ TV로 보여줬던 스텝이 흥이 넘쳤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영국 런던 '삼성 킹스크로스'에서 갤럭시 노트10으로 직접 체험 프로그램을 시연해주는 스텝 [사진=나은경 기자] |
실제로 삼성전자는 전자기기 사용에 능숙한 정보기술(IT) 전공자가 아니라 호텔, 빅토리아시크릿 매장 등 높은 수준의 서비스 제공을 요하는 곳에서 일해온 이들을 뽑았다. 1만4000여명 중 175 대 1의 경쟁률을 거쳐 선발된 80명은 이후 한달간 합숙교육까지 받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 체험형 공간을 만들어 잠재고객과 소통하는 최근의 트렌드에 삼성전자가 앞서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근처 옥스포드스트리트에 비슷한 시기 쇼케이스를 열었다. 근처에 애플의 쇼케이스도 있다. 삼성전자는 가장 최근에 개관한 이곳을 포함해 미국 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베트남 호치민, 일본 하라주쿠까지 총 6곳에 이곳과 유사한 쇼케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쇼케이스에서 제품을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곳을 디지털 놀이터처럼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삼성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을 담당하는 김민재 프로는 “선진국일수록 고객과의 접점이 적어 더 많이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곳을 만들게 됐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미판매제품을 전시해 시장반응을 테스트하는 용도로 공간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킹스크로스역에서 걸어서 7~8분가량 걸리고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까다로운 콜 드롭스 야드 쇼핑몰 최상층에 있지만 2주 후 이곳은 더 북적거릴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이곳 최신 제품 체험코너에 ‘갤럭시폴드’를 전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