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병력 투입 불구, 천막 기습 설치
시설물 보호 요청 규정 ‘모호’
“시설물 보호요청, 강제력 행사 근거 아니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시와 우리공화당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두고 벌이는 '천막 전쟁'에 경찰이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시설물 보호 요청에도 법적 모호성으로 인해 강제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시가 행정 대집행을 예고한 7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에 당원들이 모여 있다. 이날 우리공화당은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천막은 정당활동의 일환 이라며 철거를 거부했다. 2019.07.07 leehs@newspim.com |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의 천막을 강제 철거한 지 하루만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광화문광장 일대에 대한 시설물 보호를 요청했다. 강제 철거 이후 우리공화당의 천막 재설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따라 천막을 청계광장으로 임시 이전했다가 지난 8일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지난 1일에는 종로경찰서에 천막과 당 지도부에 대한 시설물 보호와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서울시와 우리공화당의 시설물 보호 요청에도 경찰은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법적 해석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어 시설물 보호 요청에 섣불리 응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광장이 시설물에 해당하는지도 모호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시설물 관리자는 집회·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학습권을 뚜렷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군 작전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에 시설물 보호 요청을 할 수 있다.
경찰은 "법률에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면 그에 따라 판단하겠지만 현재는 한정적으로만 열거돼 있다"며 "시설물 보호 요청 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일정부분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시설물 보호 요청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강제력 행사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 물리력 투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공화당의 천막 투쟁을 미신고 집회라고 판단, 해산 명령과 더불어 강제 해산 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최근 집회·시위에서 경찰의 물리력 행사로 인한 인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면서 경찰은 공권력 투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신고 집회에 바로 강제력을 행사했지만 최근 법원에서 해당 조치에 대해 일관되게 위법하다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며 "미신고 집회라도 폭력적으로 나아가지 않는 이상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 사후적으로 주최자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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