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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9-6) 국경도시 ‘하산’ 이름에 담긴 뜻

기사입력 : 2019년06월17일 16:46

최종수정 : 2019년06월17일 16:46

북 나진-중 훈춘 삼각 연결지역...레닌도서관서 '하산' 지명 유래 확인
조선인들 땔감 구하다 해질녘 "하산" 외치면 일제히 산에서 내려와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을 마주보는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이라는 지명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북한 나진과 중국 훈춘을 삼각 연결하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이어지는 최초의 구역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깊은 관심을 끈다.

◆북 나진-중 훈춘 삼각 연결지역 러시아 '하산'...레닌도서관서 지명 유래 확인  

근세 러시아 지명을 보면 대체로 역사적 인물이나 배경 또는 지역적 특징을 근거로 해서 작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그),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 고리키(현 니즈니-노브고로드) 등 소련 초창기 유명인사를 기리는 뜻에서 작명했다.

극동의 하바로프스크는 제정 러시아 당시 시베리아 개척에 공을 세운 하바로프 총독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블라디보스토크(‘동방을 정복하라’ 러시아어 명령문)는 러시아 황제가 코사크 기병대에서 우랄산맥 넘어 시베리아를 정복하라는 명령에서 나온 것이다.

고려인 묘비에는 대부분 고인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이 묘비에는 전라남도 제주도라고 씌여있어 일제시대 행정구역 표기를 알 수 있다. [사진=뉴스핌DB]

필자가 만난 고려인 출신 박 미하일 교수가 필자와의 만남에서 연해주에도 한인집단 거주 지역이 적지 않았던 만큼 한인과 관련하여 유래된 지명이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1811년부터 당시 조선에선 연속적인 기근과 관리들의 착취로 어렵게 생활하던 한인들이 두만강 건너 러시아 땅으로 이주해 집단생활을 해온 점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러시아는 국경지대에 수비대와 일부 관리 외에 자국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농사를 짓겠다는 한인의 불법월경을 막지 않고 오히려 장려하던 때였다.

강영훈 적십자사 총재(가운데)가 사할린 희생사망동포 위령탑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93.09) [사진=뉴스핌DB]

◆조선인들 땔감 구하다 해질녘 "하산" 외치면 일제히 산에서 내려와 

촉이 발동한 필자는 레닌도서관(지금의 러시아국립도서관)으로 달려가 지명대사전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연해주 일대의 지명 가운데 국경도시 ‘하산’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하산’ 항목을 읽어보고 무릎을 쳤다. 당시 한인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이름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지명사전에 나온 설명요지는 다음과 같다. “형편이 어려운 조선사람들이 두만강을 건너 국경근처 러시아 땅으로 넘어와 집단거주했다. 불법이주였지만 주로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고 있어서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현지 관리들이 이들의 생활습관 등을 관찰한 바, 농사를 짓는 것 외에 늘 산으로 올라가 땔감을 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질 무렵이면 무리를 이끄는 노인이 ‘하산’하고 외치면 일제히 땔감을 등에 지고 산을 내려가는 모습이 특이했다. ‘하산’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들은 관리들은 조선사람이 대부분인 마을 이름을 ‘하산’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늘 흰옷을 즐겨 입는 이들에게 러시아인들이 백조라는 뜻의 러시아어 ‘레베지’라는 별명을 붙인 사실도 우리에겐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두만강 건너 낯선 땅으로 이주해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노인을 공경하며 살아가는 선조들의 모습이 ‘하산’이라는 단어에 집약돼 있는 것 같았다.

하산지역 내 크라스키노는 안중근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처단을 맹세하며 손가락을 자른 이른바 ‘단지동맹’을 결행하는 등 독립운동의 발상지라는 점에서도 우리와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있다고 하겠다. ‘하산’의 어원을 확인한 일은 웬만한 특종보다 보람을 느끼게 했다.

사할린 희생사망동포 위령탑 앞에서. [사진=뉴스핌DB]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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