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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콘비벤시아 스페인] 알람브라의 추억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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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을 찾는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다. 그저 이국적 풍광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 이끌릴 수도 있다. 스페인의 음식과 플라멩코, 투우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스페인을 얼마나 알고 가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스페인이 '혼혈의 나라'라는 사실을 곧잘 망각한다. 스페인이야말로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의 혼혈로 이뤄진 나라다. 이 사실을 무시한 채 들여다보는 스페인은 겉껍데기일 따름이다. 스페인 문화의 기저에 있는 '콘비벤시아', 즉 관용과 화합의 정신을 모른다면, 사실상 올바른 스페인 읽기는 실패한 것이다. 콘비벤시아 스페인. 그 기층문화의 세계로 걸어들어가보자.

스페인 여성 듀오 바카라(Baccara)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1976년 마드리드에서 결성된 이 듀오의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고3이던 1978년이었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혼연일체돼 입시 만능주의의 가치관에 매몰된 총력체제에서 개개인의 어떠한 개성과 감수성도 억눌렸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1970년대 말의 암울한 시대적 상황과 검정 교복으로 상징되는 엄격한 규율에 꽁꽁 묶여 있던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미녀 듀오 바카라는 정말, 일종의 메시아와도 같았다. 그것도 엄청나게 관능적인 메시아.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우연히 길거리 전파상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노래 '그래요, 나는 부기 춤을 출 수 있어요(Yes Sir, I can Boogie)'를 처음 들었을 때 내 심장은 벌렁거리면서 터질 것 만 같았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얼굴은 붉게 물들어 호흡이 가빠졌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오디세이를 유혹하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이 따로 없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인지 불가의 영역이었음에도 마치 절정으로 치닫는 여성의 신음을 연상시키는 고혹적 소리가 노래의 도입부에서 흘러나왔을 때 정신이 아뜩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태어나 처음으로 접한, 목소리에 의한 관능의 세계였다.

어떻게 1970년대 말에 그런 노래가 엄격한 심의의 벽을 통과할 수 있었을까. 그 정확한 배경이야 알 길이 없지만, 나는 홀린 듯 그 노래가 실린 테이프를 사서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이제 막 20대가 되려는 젊은 내 청춘을 순식간에 사로잡은 바카라의 두 번째 노래가 바로 '그라나다'였다.

“그라나다, 띠에라 엔상그렌타다 엔 타르데스 데 토로스(Granada, tierra ensangrentada en tardes de toros. 그라나다, 그곳은 투우장의 피로 붉게 물드는 땅)”

“무헤르 께 콘세르바 엘 엠브르호 데 로스 오호스 모로스 데 수엔노 레벨데 이 히타나 (mujer que conserva el embrujo de los ojos moros De sueño rebelde y gitana. 무어 여인 같은 눈을 가진 반항적인 매력의 집시 같은 당신)”

쿠비에르타 데 플로레스 이 베소 투 보카 데 그라나 후고사 만자나 께 메 아블라 데 아모레스 (cubierta de flores y beso tu boca de grana jugosa manzana que me habla de amores. 사과처럼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꽃으로 뒤덮인 듯한 당신의 입술에 키스를…)”

아이러니하게도 그라나다를 세상에 널린 노래 '그라나다'는 현지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멕시코 작곡가의 작품이다. 일평생 그라나다 동경한 아구스틴 라라가 스페인 민요를 바탕으로 1932년에 작곡했다.

이런 탄생 배경에도 노래는 유명 성악가뿐 아니라 프랑크 시나트라 등 수많은 대중가수들에게 사랑받는 애창곡이 됐다. 도밍고, 파바로티, 카레라스 등 3대 테너가 모두 이 노래를 불렀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전야제에서 호세 카레라스가, 1994년 미국월드컵 전야제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전야제 때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불러 진기록을 만들었다.

물론 1970년대 말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노래에 대한 사전 상식이 있었을 리 만무했다. 그저 바카라의 흥겨운 댄스곡 '그라나다'에 심취해, 정말 그라나다는 어떤 곳일까, 그곳에 있다는 알람브라 궁전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알람브라 헤네랄리페 여름궁전에서 바라본 인근의 풍경 [사진=조용준]

고교 졸업 이후 거의 15년 만에 꿈을 성취해 그라나다에 처음 도착하던 날, 나를 기다리는 안달루시아 여인은 물론 없었다. 그러나 아리따운 무어 여인의 눈을 닮은 아가씨가 기다리지 않아도 그라나다의 밤은 황홀하고 좋았다. 알람브라 자체가 그 누구보다 어여쁜 여인이니까.

너무나 낭만적인 헤네날리페 여름궁전에는 더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사진=조용준]

알람브라 궁전은 현재 두 개만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중세 무슬림 궁전이라 그 가치가 더 빛난다. 나머지 하나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오스만 왕조의 톱카피(Topkapi) 궁전이다.

붉은 벽돌의 성채 알카사바로 들어가는 입구 [사진=조용준]

알람브라는 ‘붉은 성채’란 아랍어(al-qual'at al-hamra)에서 유래했다. 9세기에 지어진 작은 성터 위에 요새와 성, 시장 등이 13~14세기에 걸쳐 새로 덧붙여진 형태다. 따라서 알람브라는 침략에 대비한 성벽 요새인 알카사바(Alcazaba), 헤네랄리페 여름궁전, 나스리에스 궁전, 카롤레스 5세 궁전, 그리고 작은 마을이 결합된 복합체다. 면적이 약 14만2000㎡에 달하는 만큼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붉은 성채'에 대해 언급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우마야드(Umayyad) 왕조(661~750)의 일파로 7번째 코르도바(Cordoba) 에미르(영주)였던 압둘라 이븐 무함마드(Abdullah ibn Muhammad, 재위 888~912) 시절에 등장한다. 9세기 때의 일이다.

기독교 왕과의 전투에서 크게 패한 코르도바의 이 영주는 엘비라(Elvira), 곧 지금의 그라나다로 피신했는데, 그 때 지역 특유의 점토 벽돌로 지어 색이 붉게 된 작은 성이 알람브라였다. 당시의 알람브라는 적의 공격을 충분히 방어할 능력이 되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였다. 그 후 이 성은 11세기까지 잊혔다가 유대인 주거민을 보호할 목적으로 지리드(Zirid) 왕국의 바디스(Bādīs) 왕에 의해 개축됐다. 알람브라가 오늘날 규모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나스리드(Nasrid) 왕조(1232~1492) 때였다.


조용준 digibobos@hanmail.net

작가 겸 문화탐사 저널리스트. 전 동아일보 기자, <주간동아> 편집장.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 등 다수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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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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