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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 "회사 설립 후 첫 유증, 주주들이 원한 것…실적으로 보답"

기사입력 : 2019년05월16일 06:00

최종수정 : 2019년05월16일 08:02

소액주주와 기관주주들 요청 많아 일반공모 방식 택해
E-jet 항공기 동체 생산 사업권 인수…회사 이익 증가 기여 클 것
내년 자회사 에이에스티지 코스닥 상장…글로벌 항공기 제작사 도약

[경남 사천=뉴스핌] 정경환 기자 = 아스트가 대규모 유상증자 실시와 관련해 주주들이 원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실적 성장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스트는 지난 14일 경남 사천 본사를 방문한 기자들에게 "소액주주와 기관주주들이 유증을 많이 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희원 아스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주가가) 때가 되면 오를 것 같은데, 지금은 시장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시장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엠브라에르 E-jet II 항공기 동체 생산 사업권 인수로 회사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크다"며 "영업이익률 15%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스트 주가는 지난 3월 29일 유증 공시 이후 전날까지 종가 기준 14.4% 하락했다.

김희원 아스트 대표가 지난 14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아스트]

◆ 전무후무 RSP 사업권 인수…국가적 의미 커

아스트는 지난 3월 25일 세계 3대 항공기 제작사인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의 E-jet Ⅱ 기종 동체 제작 사업권을 1억1500만달러(약 1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른 인수 대금 마련 등을 위해 아스트는 같은 달 29일 1012억500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실시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스트가 인수한 사업권은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인 트라이엄프(Triumph) 그룹이 엠브라에르 E-jet Ⅱ 기종의 국제공동개발사업(RSP, 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에 참여해 항공기 동체와 후방 날개 일부를 개발 및 제작하는 사업으로, 그 규모는 약 2조원 대다.

회사 측에 의하면, RSP 사업권은 항공기 개발, 양산, 애프터마켓까지 사업의 리스크 및 수익을 참여 지분만큼 배분하는 계약방식으로, 축적된 기술력과 신뢰 관계를 구축한 선진업체 간 협력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매우 생소한 비즈니스 방식이지만 글로벌 항공 제작 업계에서는 보편화된 사업 형태다. 고도의 기술력과 함께 수십 년 이상 안정적으로 부품 납품이 가능한 공급 능력을 갖춘 회사만이 RSP에 참여할 수 있다. 그만큼 진입장벽 또한 높다.

RSP 참여 효과는 매우 크다. 부품을 단순 하청 생산할 경우 큰 그림에서 기술개발에 참여하기 어렵고 장기적 수익 창출도 어렵지만, RSP 업체들은 기술력 확보는 물론 중장기적 수익성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투자 부담이 있는 사업이지만, 20~30년 이상 지속적인 매출 확대와 장기적인 수익성이 확보돼 글로벌 항공제작사로 도약을 위해선 필수 관문으로 통한다.

김 대표는 "아스트의 이번 RSP 사업권 양수 계약 전까지 국내에서 민항기 동체 설계 기술 보유 사례는 전무후무 했다"며 "그렇기에 아스트가 인수한 엠브라에르 E-Jet Ⅱ 동체 제작 사업권은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계약 건에 대해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일궈낸 항공 분야 혁신성장의 모범사례라며, 금융 인프라 확충 등 다각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스트 경남 사천 신공장 내부 모습. E-jet II 후방 동체 2호기와 3호기가 출하 대기 중이다. [사진=정경환 기자]

◆ 올해 약 30대로 매출 500억~600억 증대 예상…2024년 연간 100대 목표

아스트는 트라이엄프로부터 E-jet Ⅱ 관련 기술이전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5년 이내 모든 기술을 완전히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현재 원활히 기술이전을 진행 중이다. 올해 약 30대 납품을 시작으로 2024년 연간 100대 납품을 목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연내 E-jet II 동체를 최소 28대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E-jet II만으로 연간 500억~600억원 매출이 늘어난다. 보잉 737 맥스 기종의 후방 동체 등 전체 제품을 합한 연간 매출은 올해 1850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14일 기자들이 방문한 경남 사천 아스트 신공장은 E-jet II 후방 동체와 보잉 737 맥스 후방 동체 제작 작업으로 분주했다.

E-jet II 후방 동체 1호기 납품이 개시됐고, 2호기와 3호기가 제작 완료돼 출하 대기 중이었다. 2017년 새로 지은 신공장은 E-jet II 후방 동체 제작을 위해 지난해 증축, 13대를 동시 제작할 수 있는 캐파(CAPA)를 갖췄다. E-jet II 후방 동체 하나를 제작하는 데 약 3개월이 걸리는데, 단가는 보잉 737 맥스 후방 동체보다 3~4배 비싸다는 귀띔이다.

김 대표는 "사업권 인수로 아스트는 단순히 항공 부품을 수주받아 납품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개발단계부터 핵심 구조물의 설계·제작에 참여하며 항공기의 동체 설계 기술, 권한 및 지적 재산권까지 보유한다"며 "또한, 글로벌 '슈퍼 티어 1'으로 등극, 기술 신뢰성 확보를 기반으로 E-jet Ⅱ 항공기 외에 추가 수주 품목 확대도 기대된다"고 했다.

E-jet II 동체 사업권 인수대금에 대한 부담도 알려진 것보단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수대금이 1억1500만달러지만, 트라이엄프가 엠브라에르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이 7500만달러가 있기에 아스트가 E-jet II 동체 사업권을 인수하는 데 들어가는 실금액은 4000만달러라는 이유에서다. 트라이엄프가 받기로 돼 있는 7500만달러는 4번에 걸쳐 들어오는데, 그 첫 번째로 2500만달러가 올해 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그렇게 보면, 우린 약 500억원에 사업권을 산 셈"이라며 "2500만달러 들어오는 올 4분기쯤 주가 부양이 예상된다"면서 "유증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주가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이번 유증에 약 70억 규모로 참여한다. 1대주주 자리를 잃을 수 있어 제3자배정이 아닌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를 택했지만, 그렇다고 지분율이 감소하는 것에 큰 거부감은 없다. 그는 "(이번 유증으로) 지분울이 줄어든다"면서도 "회사가 커갈수록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 외에 우리사주조합과 대주주 및 회사 임원들도 각각 15%, 25% 정도 규모로 이번 유증에 참여키로 했다.

김희원 아스트 대표가 지난 14일 경남 사천 신공장에서 E-jet II 후방 동체 제작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아스트]

◆ 자회사 '에이에스티지' 내년 코스닥 상장…글로벌 항공제작사 도약

아스트는 자회사 에이에스티지(ASTG)를 내년 중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2016년 아스트는 보잉 등 다양한 세계 항공업체들의 항공기 부품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생산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 에이에스티지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2017년 에이에스티지 신공장 완공 이후 아스트와 관계사 오르비텍, 에이에스티지 3사의 연간 총 생산능력은 5000억원 수준을 확보, 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로서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며 "당초 목표는 2020년 3000억원 매출이었는데, 조금 지연될 수는 있지만 상당히 근접했다"고 말했다.

손재현 아스트 부사장은 이와 관련, "국가적으로 중요한 항공산업인데다, 아스트의 RSP 참여는 대단한 일인데 잘 모르는 것 같다. 설계, 제작 등에서 우수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지방 기업의 한계가 있다.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에이에스티지의 성장 계획은 명확하다. 초기에는 아스트가 수주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형태로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 이후 항공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직접 수주를 따내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이에스티지의 2018년도 실적은 매출 662억9000만원, 영업이익 53억1000만원, 순이익 11억8000만원이다. 직원 수는 272명으로, 모회사 아스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2월 KB증권과 SK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추진을 공식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아스트는 에이에스티지 상장을 통해 글로벌 항공 부품 제작 업체로서 도약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명실공히 항공기 동체에 들어가는 전 컴퍼짓(Composite) 생산을 꿈꾸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제조업체로서 1조 단위 매출은 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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