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판문점선언 1년] ⑥속초 아바이마을 팔순 실향민의 마지막 꿈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아바이마을 생존 실향민 약 70명... 대부분 세상 떠나
통일에 회의적 시선 보내는 주민들도 있어
27일 실향민들끼리 통일전망대 관람 예정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었던 지난해 1차 남북정상회담을 기억하시나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 정상이 첫 발걸음을 뗐던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남북 정상은 회담의 결과물인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그간의 전쟁위험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한반도 평화의 봄’을 위한 여정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뉴스핌>은 4.27 판문점선언 채택 1년을 맞아 의미와 성과를 짚어보고 아직 남아있는 과제를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속초=뉴스핌] 황선중 기자 = "고향 땅을 죽기 전 꼭 한번 밟아봤으면 좋겠는데 요즘 남북 관계가 다시 흐트러지는 것 같아서 아주 심통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까지만 해도 통일이 다가온 줄 알았는데···."

24일 실향민 집단 거주촌인 강원도 속초의 아바이마을에서 만난 한영숙(79·가명)씨는 한국전쟁 이듬해인 1951년 가족들과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남녘으로 피난 온 실향민이다. 당시 나이는 11살이었다. 정든 고향을 지척에 두고 낯선 남쪽 땅에 발을 붙이고 산 세월도 어느덧 68년이다.

그는 여전히 북쪽의 고향을 그리워했다. "학교에서 무용 수업을 마치고 나면 늘 바다로 가서 헤엄치며 조개 잡고 미역 캐고 놀았었지. 시리도록 푸르렀던 바다가 아직도 눈에 선해. 지금도 눈을 감고 기도하면 고향이 떠올라서 얼마나 눈물이 흐르는지 몰라."

[속초=뉴스핌] 이형석 기자 = 6.25전쟁 피난민들이 고향과 가까운 강원도 속초에 살기 시작하며 이름 붙여진 아바이마을. 2019.04.24 leehs@newspim.com

속초 아바이마을은 북한에 고향을 둔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지금의 청호동 일대에 정착하면서 생겨난 실향민촌이다. 현재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실향민은 약 70명이다. 아바이마을 노인회장이자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내려온 실향민 김진국(80)씨는 "처음 이곳에 자리 잡은 실향민 1세대들은 거의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아바이마을 실향민 대부분 함경도 출신이다. 함경도 방언으로 아버지, 할아버지를 뜻하는 '아바이'가 마을의 이름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함경남도 신포군이 고향인 윤희덕(79)씨는 "통일이 됐을 때 이북하고 가까운 곳에 있을 수록 고향에 빨리 갈 수 있다고 해서 함경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다들 모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통일은 요원했고, 결국 70년 가까운 시간만 하염없이 흘렀다.

그 사이 무용수를 꿈꾸던 11살 소녀는 백발이 성성한 팔순 노인이 됐다. 그럼에도 한영숙 씨는 수십 년 전 참혹했던 피난길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인민군들이 도망가면서 곡식을 가득 쌓아놓은 곳간이나 민가를 모조리 불태웠어.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리고 하늘에선 미군의 전투기가 날아다녔지.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버지 품에 안겼던 장면이 떠올라."

"떠나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무작정 배 타고 바람 따라 내려왔어. 배가 뒤집혀 주문진 앞바다에서 죽을 뻔하기도 했지. 배에 물이 서서히 차오를 땐 '죽어도 다 같이 죽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와 언니의 손을 꼭 붙잡았었는데···."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던 한씨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피난 직후 남한에서의 삶 역시 처절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그는 "피난 와서는 먹을 음식이 없어서 산에서 쑥을 뜯어 죽을 끓여 먹었어. 무용수의 꿈도 당연히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너무 고생해서 고향 돌아갈 날을 그리워하며 매일을 울고 살았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전쟁 이전 고향 땅에서부터 한영숙 씨와 친구 사이였다는 김춘자(79)씨는 "어머니가 피난 온 지 얼마 안 돼서 몸이 아파 돌아가셨다"며 "하지만 아버지가 어머니를 북에 꼭 데려갈 거라며 시신을 안치하지 않고 몰래 집 옥상에서 수년간 보관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고향이 그리웠던 것"이라고 했다.

[속초=뉴스핌] 이형석 기자 =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사흘 앞둔 24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아바이마을에서 만난 실향민 윤희덕(왼쪽), 김춘자 어르신이 어린시절 북녘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 하며 미소짓고 있다. 2019.04.24 leehs@newspim.com
[속초=뉴스핌] 이형석 기자 = 6.25전쟁 피난민들이 고향과 가까운 강원도 속초에 살기 시작하며 이름 붙여진 아바이마을. 2019.04.24 leehs@newspim.com
[속초=뉴스핌] 이형석 기자 = 6.25전쟁 피난민들이 고향과 가까운 강원도 속초에 살기 시작하며 이름 붙여진 아바이마을. 2019.04.24 leehs@newspim.com

물론 아바이마을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실향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분단과 반목은 통일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던 수많은 실향민들을 낙담케 했다. 한 노인은 통일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는 더이상 북한을 믿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통일 이야기가 듣기 싫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이들도 있었다.

마을 노인회관에서 만난 실향민 최예순(75·가명)씨는 "매번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그들을 어떻게 믿나. 김정은이라는 사람이 상식적으로 통일하려 하겠나. 예전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통일이 올 것처럼 굴었다가 말을 바꾸지 않았나"라며 혀를 찼다.

다만 통일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던 이들조차도 한반도에 전쟁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목도한 실향민들에게 평화는 적어도 선택이 아닌 마땅히 택해야 할 당위인 것처럼 보였다.

윤희덕 씨는 "우리가 죽기 전 통일은 힘들다고 본다. 그저 전쟁만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며 "요즘에도 군대에서 젊은이들이 죽고 다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화가 오면 젊은이들은 죽지 않는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27일 아바이마을의 몇몇 실향민들은 대형버스를 대절해 인근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찾을 예정이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해 종교단체가 추진한 행사다. 한영숙 씨는 멀리서나마 북녘 고향땅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치 학교를 마치고 바다로 뛰어가던 어린 소녀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버스가 이북 근처까지 갔을 때 아무도 모르게 나를 북쪽에 내려줬으면 좋겠어. 몰래라도 고향 땅에 가볼 수 있게···." 

sunjay@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황대헌 "결승서 플랜B 급변경"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낸 황대헌(강원도청)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련과 역경이 있었다. 너무 소중한 메달"이라고 말했다. 황대헌은 "월드투어 시리즈를 치르면서 많은 실패와 도전을 했고, 그런 부분을 제가 많이 연구하고 공부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황대헌은 15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옌스 판트 바우트(네덜란드)에 이어 2위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2018 평창 대회 남자 500m 은메달을 시작으로 2022 베이징 대회에서 남자 1500m 금메달과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을 땄다. [밀라노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황대헌이 15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시상식에 오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6.02.15 psoq1337@newspim.com 황대헌에게 이번 올림픽은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부상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이날 결승은 9명이 함께 뛰었다. 황대헌은 "2022년 베이징 대회 때는 결승에서 10명이 뛰었다. 그리 놀라운 상황은 아니었다"며 "쇼트트랙 레이스의 흐름이 많이 바뀌어서 공부도 많이 했고, 계획했던 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운영엔 다양한 전략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플랜B로 바꿨다"며 "자세한 내용은 제가 많이 연구한 결과라 소스를 공개할 수는 없다"며 미소를 보였다. psoq1337@newspim.com 2026-02-15 09:10
사진
최가온이 전한 긴박했던 순간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들것에 실려 나가면 그대로 끝이었어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세화여고)이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최가온. [사진=대한체육회] 최가온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날 결선 1차 시기를 떠올렸다. 그는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결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이 내려와 상태를 확인했고, 들것이 대기한 긴박한 상황이었다. 최가온은 "들것에 실려 나가면 병원으로 가야 했고, 그러면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다음 선수가 기다리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발가락부터 힘을 주며 움직이려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었지만 코치는 기권을 권유했다. 최가온은 "나는 무조건 뛰겠다고 했지만 코치님은 걸을 수 없는 상태로 보셨다"며 "이를 악물고 계속 걸어보려 했고, 다리 상태가 조금씩 나아져 2차 시기 직전 기권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리비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최가온이 13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 시기에서 넘어지자 의료진이 달려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2026.02.13 zangpabo@newspim.com 1, 2차 시기 연속 실수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3차 시기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최가온은 "긴장감이 오히려 사라졌다. 기술 생각만 하면서 출발했다. 내 연기를 완성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900도와 720도 회전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며 90.25점을 받아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은메달을 차지한 교포 선수 클로이 김(미국)과 관계도 화제가 됐다.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가 안아줬는데 정말 행복했다. 그 순간 '내가 언니를 넘어섰구나' 하는 감정이 몰려왔고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이어 "경기 전에는 언니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다. 존경하는 선수라 기쁨과 서운함이 동시에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부상 직후 재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다. 언니, 오빠들과 함께 타며 자연스럽게 생긴 승부욕이 두려움을 이겨낸 것 같다"며 웃었다. [리비뇨=로이터뉴스핌]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 선수가 지난 12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02.13 photo@newspim.com 많은 눈이 내린 경기 환경에 대해서도 담담했다. "첫 엑스게임 때 눈이 정말 많이 왔는데 그때에 비하면 괜찮았다.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함박눈이 내려 오히려 예쁘다고 느꼈다. 시상대에서도 눈이 내려 클로이 언니와 '이렇게 눈이 내리니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몸 상태는 완전하지 않았다. 그는 "무릎이 아주 아팠지만 많이 좋아졌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 다친 왼쪽 손목은 귀국 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지는 못했다. 기술 완성도를 더 높이고 긴장감을 다스리는 법도 보완하고 싶다"며 "먼 미래보다 당장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가온. [사진=올댓스포츠]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최가온은 "아버지가 내가 어릴 때 일을 그만두고 이 길을 함께 걸었다.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귀국 후 계획을 묻자 "할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 친구들과는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금메달과 함께 포상금과 고급 시계를 받게 된 데 대해서는 "과분한 것들을 받게 돼 영광이다. 시계는 잘 차겠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꿈나무들에게는 "하프파이프는 즐기면서 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치지 말고 즐기면서 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들것 앞에서 멈추지 않았던 17세의 선택은 결국 한국 설상 종목의 새 역사가 됐다. zangpabo@newspim.com 2026-02-14 22:35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