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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합헌→헌법불합치…7년만에 판결 엎어진 이유는

헌법재판소,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태아 생명권 보호-여성 자기결정권 법익 균형 맞췄다”
문재인 정권 들어 진보성향 헌법재판관 잇따라 임명

  • 기사입력 : 2019년04월11일 18:01
  • 최종수정 : 2019년04월11일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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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헌법재판소가 66년 만에 낙태 처벌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가운데, 이번 판결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사이에서 법익 균형을 맞춘 판결이란 분석이 나온다.

낙태죄에 대한 처벌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공익에 기여하는 점 보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피해가 크다는 그동안의 사회적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법조계는 본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제270조 각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유남석 헌재소장과 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 등 총 4명의 다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이번 위헌 심판 대상은 ‘자기낙태죄’와 ‘의사(동의)낙태죄’를 각각 규정하고 있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낙태한 임부는 징역 1년 이하나 벌금 200만원 이하, 낙태 수술을 한 의사는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헌법재판소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 269·270조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헌법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3(단순 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이날 헌법재판소 밖에서 경찰이 찬성‧반대를 주장하는 사회단체 회원들의 충돌을 대비하고 있다. 2019.04.11 leehs@newspim.com

헌재는 이들 조항에 대해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유성에게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특히 “이 조항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른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법익 균형성 원칙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는 것이다.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 역시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헌재가 지난 2012년 재판관 8명 가운데 4대 4 동률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과 달리 약 7년만에 다른 판단을 내린 데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소로 제한해야 한다는 판단이 근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미란 변호사는 “그동안 태아의 생명보호에 절대적 우위를 부여해왔던 것과 달리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 인간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나 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고 본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낙태에 무조건 형벌을 가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공익에 기여하는 점 보다도 오히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점이 더욱 크다고 봤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낙태 처벌 조항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현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낙태죄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사건은 전체 72건 가운데 3건에 불과하다.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형이 내려진 사례는 각각 29건, 26건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헌법재판관들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어느정도 이번 결정이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이석태·이영진·이은애·김기영 재판관 등 이번 정부에서 임명된 재판관 대부분은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헌재는 낙태죄의 단순 위헌 결정에 따른 법 공백을 우려해 2020년 12월 31일까지 해당 법 조항의 효력을 유예하기로 했다.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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