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아이돌 ‘재계약’ 이후 기획사 실적 하락 불가피
7명 모두 군 입대 문제, 성장 동력에 대한 의문 ‘↑’
빅히트 이미 자금 충분 “상장 필요성 못 느낄 수도”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방탄소년단이 컴백을 앞두고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 몸값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는 빅히트의 몸값을 2조원 이상 평가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방탄소년단에만 의존하는 매출 구조로 상승 모멘텀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3.5% 증가한 325억4500만원, 매출액은 162.3% 늘어난 924억100만원을 기록했다.국내 '빅3'(SM·YG·JYP) 넘어섰으며, 2005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하나금융투자는 빅히트의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당시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빅히트 시가총액은 2018년 기준 순익에 각각 주가수익배율(PER) 30배와 40배를 적용할 때 1조8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까지로 예상한다”면서 “2019년 빅히트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최소 1300억원, 900억원으로 추정된다. BTS의 향후 매출은 4500억원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 새 앨범 ‘MAP OF THE SOUL:PERSONA’ 관련 공개한 포토.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
실제로 올해 역시 방탄소년단(BTS)은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BTS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에 30주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리패키지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는 ‘빌보드 200’에서 115위를 차지했다.
또 BTS는 오는 12일 새 앨범 ‘MAP OF THE SOUL:PERSONA’를 발매한다. 새 앨범은 지난달 13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후, 아마존 CDs & Vinyl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BTS의 ‘글로벌 인기’가 여전히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빅히트의 영업이익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방탄소년단이 이미 7년 계약이 올해 초에 끝났고, 재계약을 진행했다. 재계약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탑 아이돌인 경우 아티스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한다. 방탄소년단은 변함이 없지만, 빅히트의 이익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JYP는 신인아이돌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SM은 장수 인기 가수들이 기복 없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이외에 매출이 나올만한 아티스트가 없어서, 성장성 측면에서 의문이 있다. 신인 가수가 나왔지만, 아직 주목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빅히트의 영업이익률은 35.2%로 SM(11.8%)이나 YG(9.7%)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2013년 데뷔해 수익배분 비율이 기획사에 유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통상 신인 가수의 계약 조건은 7대 3 또는 8대 2 비율로 분배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불확실성을 안고 자금을 투자한 기획사가 7을 가져가고, 3을 아이돌 멤버들이 N분의 1로 나눠 갖는 것이다.
그러나 한류스타 위치까지 오르게 된 이후 맺는 재계약은 상황이 달라진다. 일례로 지난 2011년 빅뱅은 5년 동안 재계약 계약금으로 50억원에 사인했다. YG와 빅뱅의 수익 분배 비율은 음원·음반 매출의 경우 3대 7, CF와 행사는 1대 9, 개인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과 저작권료는 100% 아티스트에게로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아직 BTS 멤버 7명 모두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점도 벨류에이션 매력을 하락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얘기가 지난해부터 계속 흘러나오지만,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면서 “최대 매출 나오는 상품인 방탄소년단 군대 문제가 걸려 있어서 거래소 상장규정(영업 계속성 등)에 맞추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방시혁 대표의 최근 지분 매각 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점만 봐도 가치가 하락한 것을 추측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한 매체는 방 대표가 지분 7.82%를 매각해 현금 650억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방 대표의 빅히트 최대주주(43.05%) 지위에는 변동이 없으며, 지분 매각에 기존 주주들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BTS 가치와 상관없이 빅히트가 기업공개(IPO)의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벤처케피탈 대표는 “빅히트는 자금이 충분해서 굳이 상장을 꼭 가야 될 이유도 사실 없다”며 “비상장사인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방시혁 대표의 원하는 방향대로 회사를 어느 정도 성장시킨 후에 상장해도 늦지 않다”고 전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