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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최근 미국에서 유명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초대형 입시 비리 사건이 터졌다. 브로커를 통해 학부모와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 오간 뇌물이 2500만달러(약 28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주 수십명의 학부모와 운동 코치, 입학처 관계자 등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예일대 입학 지원자의 부모는 가짜 프로필 작성 등 입학을 위해 120만달러의 뇌물을 건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4년제 대학 등록금은 8만달러에서 30만달러 사이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 중산층 가계의 연간 소득의 중간값은 6만1000달러에 불과하다.
동시에 4년제 대학을 자퇴하는 미국인들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입학 후 6년 내 학위를 마친 학생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등록금 외에 들어가는 부대 비용이 상당하고 모든 사람들이 4년제 대학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사회에 대규모 반숙련 노동자들과 그로 인한 불충분한 상태의 고용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람 이매뉴얼 미국 시카고 시장은 "미국에서 낭비해도 되는 노동력은 없다"며 "많은 학생들이 교육 시스템의 제도적 허점으로 미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 비리로 기소된 헐리우드 유명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이 피고인 자격으로 재판정에 섰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시카고, 커뮤니티 칼리지 교육 재정비에 앞장…"독일 직업교육훈련 모델 본받아야"
민주·공화당 가릴것 없이 많은 정치인·주지사·시장들은 진부한 기술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현 미국 교육 제도의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은 미국의 1332개의 커뮤니티칼리지(지역사회 전문대학)를 독일의 직업교육기관 처럼 운영하자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기술관련 직업을 사회적으로 여전히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 미국과 큰 차이점이다. 브리짓 가이너 시카고 소재 보험회사 에이온(Aon)의 고위 간부는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는 열등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고 우려했다. 시카고 공립학교 교장 재니스 잭슨은 "모든 학부모들이 커뮤니티칼리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나, 본인들의 자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시카고는 커뮤니티칼리지 교육 제도를 재정비하는 데 앞장섰다. 2011년 시카고 시장에 취임한 이메뉴얼 시장은 두 가지를 입증했다. 젊은 미국인들에게, 특히 낙후된 지역에서는 기술 교육에 대한 잠재수요가 많다는 것과 모든 사람이 대학 교육을 무료로 받을 필요는 없다는 거다.
이매뉴얼 시장은 일정 수준의 고등학교 성적이 있는 학생들에게 직업 교육을 무료로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평균 3.0이상의 (B학점)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시카고가 지원하는 전액 장학금 프로그램인 '스타 장학금(Star scholars)'의 대상이 된다. 또한 독일식 모델에 따라 기업들은 원하는 학생들에게 시장성이 있는 기술 습득을 위한 직업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2015년 가을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 중 80% 이상이 학위를 마쳤다. 이는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한다.
개혁의 영향은 단지 교육 시스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카고의 '이중 학점 인정제'는 고등학생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직업과 관련된 학점을 딸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마누엘 시장 취임 후, 시카고 내 고등학교 졸업률은 2011년 56%에서 2018년에는 78%로 뛰었다. 이 결과의 상당 부분은 고등학교 졸업에 동기를 부여하는 '이중 학점 인정제' 덕분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4년제 대학에 곧장 입학하는 시카고 내 고등학생 비율은 47%(2016년 기준)다.
고교 교육과정과 커뮤니티 칼리지 간호학 과정을 동시에 밟고 있는 빅토리아 에르난데스(17)는 "나는 우리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간호사 직업교육은 무료로 받는다. 그의 꿈은 방사선사가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은 오전 8시 45분부터 오후 2시 45분까지 이어지며, 커뮤니티 칼리지는 오후 3시에 시작해 오후 9시에 끝난다.
여러 커뮤니티 칼리지로 구성된 시카고 시립 칼리지(City Colleges of Chicago) 제도는 독일 제도와 유사하게 핵심 기술에 특화되어 있다. 또한 지역사회 내 사기업과 제휴를 맺고 있다. 엑센츄어와 아이온과 같은 거대 지역 회사들은 독일식 직업교육에 대해 초반 회의적이었으나 이후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매뉴얼 시장은 취임 직후 고용주 여러명을 한 데 모아 시카고 시립 칼리지 출신을 고용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당시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많은 기업이 시립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고용할거라고 말한다.
현재 엑센츄어와 아이온은 독일식 직업교육을 받은 견습생들을 후원하고 있다. 교육비를 지급하는 동시에 그들을 고용한다. 아이언의 고위직 간부 브리짓 게이너는 "면밀히 살펴본 결과 4년제 교육과정 이수가 필요 없는 직업도 많다는 걸 알았다"며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학 학위가 없더라도 우리는 그런 사람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칼리지를 낮춰보던 시카고의 4년제 대학들도 태도를 바꿨다. 이제는 모든 4년제 대학이 커뮤니티칼리지 출신의 편입생들을 받아들인다. 후안 살가도 시립대학 학장은 "교육 시스템의 핵심은 이동가능성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직업 교육에 대해서 립 서비스만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커뮤니티 칼리지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삭감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지역 내 높은 커뮤니티 칼리지 비율은 유권자들의 우선 순위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내 많은 지방 정부가 시카고의 사례를 도입하고 있다. 테네시주는 시카고 사례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모든 학생들은 커뮤니티 칼리지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하와이·오리건·로드아일랜드주도 유사한 모델을 갖고 있다.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노동 시장 번성을 위해 교육 훈련으로 필요한 지식을 갖춰 놓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사회 내에서 누구인가라는 가치있는 진술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 독일식 직업교육훈련(VET) 프로그램이란?
독일식 직업교육훈련(VET) 프로그램이란 산업체 현장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직업 학교에서는 이론교육을 받는 이원적 교육훈련제도를 말한다.
독일인의 절반 이상이 정규 교육 이후 직업 교육 시스템인 VET를 거친다. 현재는 13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VET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38만8000개의 중소기업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획득한 지식이 쉽게 이전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FT는 이 제도가 독일의 낮은 청년 실업률과 높은 기술 수준을 모두를 가능하게 했다고 전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