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중국어 배울 수 있다" 회비만 챙겨 달아나..대학생 '울상'
경찰 "스터디 모집시 개인정보 감춘 채 현금 요구하면 의심해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취업준비생인 A씨는 최근 중국어 스터디에 가입했다가 겪은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 스터디 모집자가 스터디 첫 날 15명의 회원들로부터 각각 회비 10만원을 걷은 뒤 잠적했기 때문이다.
A씨가 해당 스터디 모집글을 처음 발견한 건 지난 15일. 해당 게시글에는 대학생으로만 스터디를 구성하고 중국 원어민을 초빙해 스터디를 진행한다고 설명돼 있었다. 스터디를 하루 2시간씩 매주 진행하는데도 회비는 월 10만원에 불과했다. 모집자는 게시글에 자신의 전화번호나 메일 주소 등은 남기지 않고 “스터디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 쪽지’를 보내라”고 써놓았다. 파격적인 조건에 A씨는 즉각 해당 게시자에게 스터디에 참여하겠다는 쪽지를 보냈다.
정부가 재난 수준이라고 진단한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6일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스터디 모인 사람은 모두 15명. 자신을 서울의 한 유명 대학교 출신이라고 소개한 모집자는 이들에게 “친한 중국인 유학생에게 부탁해 저렴하게 회화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다”며 “중간 이탈자를 줄이기 위해 한 달 회비를 한 번에 걷자”고 제안했다. 스터디원들이 이에 동의하자 모집자는 회비를 챙긴 뒤 “다음주부터 정해진 시간과 장소로 나오면 된다”고 말한 후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이 모집자는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해당 계정으로 다시 쪽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탈퇴한 사용자’라며 쪽지를 보낼 수 없다는 안내문만 나왔다.
A씨는 “스터디 모집을 빌미로 돈만 챙기고 달아나는 사례가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대학생으로서는 10만원도 큰돈인데 경찰에 신고했다가 일만 복잡해질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스터디 모집 후 회비만 챙겨 달아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생들 사이에서 취업정보를 공유하거나 외국어 회화 공부 등을 위해 일정 비용을 내고 운영하는 스터디가 유행하고 있다. ‘스터디’는 서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구성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꾸리는 모임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단순 정보공유보다는 취업을 위한 자격증, 영어·중국어 회화 스터디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일 오후 포털 네이버에 스터디 모집글을 검색하자 수천건의 결과물이 쏟아져 나온다. [캡쳐=네이버] |
하지만 일부에서 파격적인 조건의 스터디 모집 공고를 낸 후 이를 미끼로 돈을 챙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얇은 대학생들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생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이 대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파격적인 모집조건에 쉽게 현혹되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으로 추측된다. 스터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생 사이에서는 흔한 취업활동 중 하나다.
특히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스터디원을 모집하고 모집 공고에 자신의 연락처나 개인정보 등은 남기지 않는 치밀함도 보이고 있다. 연락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이뤄지며 첫 만남 후 회비를 걷은 뒤에는 계정을 탈퇴하는 식이다. 모집자의 이름이나 연락처, 메일 주소조차도 알 수 없다 보니 경찰에 신고해도 붙잡기 쉽지 않다.
또 회원들로부터 걷는 회비도 다른 스터디에 비해 저렴하고 심리적 부담이 적은 액수로 정해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 회원들에게 걷은 회비를 합하면 크지만 피해자 개인에게는 경찰에 신고할 수준은 아닌 액수를 챙겨 달아나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액수에 상관없이 돈을 챙겨 도망갔다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고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들을 가능한 많이 확보해 놓아야 한다”며 “스터디 활동이더라도 개인정보를 감춘 채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우선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