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성적만으로 특별 승진…기업대출 평가에 힘 실어줘
농협은행 2년 연속 최대 실적…'성과주의' 강조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올해 대출 성적만을 평가하는 '여신이력제(대출성적표)'를 전면 적용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대출 건수, 부실 비율 등의 평가를 인사에 일부 반영한 적은 있지만 여신 성적만으로 승진을 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이끈 이대훈 행장이 '성과주의' 중심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실시한 인사에서 여신이력제 우수자를 특별 승진시켰다.
여신이력제는 대출 건수, 규모, 수익성, 부실 비율, 관련 경력 및 교육 이수 등을 종합 평가한 것이다. 이번 인사에선 1000점 만점에 800점 이상을 기록한 우수자를 대상으로 5급(대리급)과 4급(차과장급)을 각각 4급과 3급(팀장급)으로 승진시켰다. 농협은행은 2014년 여신이력제를 도입한 후 인사 평가 일부 지표로 활용해 왔지만, 승진과 바로 연동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
전체 승진자는 전국에서 상위 0.5% 정도에 드는 우수 성과자로 서울에선 10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4급에서 3급 승진시 길게는 15~16년 걸리는데, 기본 승진 연차인 10년을 채우면 특진이 가능해 승진에 소요되는 기간이 최대 5~6년이 줄어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평가 비중을 5:5로 반영하는 등 기업금융에 힘을 실어줬다. 각종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기업대출은 은행권의 승부처가 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기본적으로 다 하는 것이라 기업대출 실적을 올려야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다"며 "기업여신에 관심을 갖는 직원들이 많아졌고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인사평가는 이 행장의 성과주의 경영이 반영된 것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연임에 성공했다. 스스로 성과주의를 증명한 이 행장은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를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조22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냈다. 이자이익은 5조19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여신 규모는 213조30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늘었다. 기업여신은 105조9690억원, 가계여신은 100조7654억원으로 각각 1.9%, 9.9% 증가했다.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은행 여신에서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2%에서 0.94%로 떨어졌고, 연체율은 0.52%에서 0.44%로 하락했다.
농협은행은 올해도 최대 실적 흐름이 예상된다. 올해 순이익 목표는 1조2800억원으로 잡았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수익률(ROA)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행장은 지난달 '2019년 경영목표 달성회의'에서 "올해는 매년 1조원 이상의 손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계속 기업으로서 토대를 마련하는 시금석이 되는 해"라며 "신뢰받는 1등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