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추진위, 할머니 뜻 받들어 조의금 일부 기부 결정
여성·인권·평화·노동·통일 단체 등 10곳 선정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지난달 28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이름으로 기부금 2000만원이 시민단체에 전달된다.
3일 김복동 할머니 시민장례추진위원회는 “한평생 평화인권운동과 나눔을 실천한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첫 실천으로 시민들의 정성으로 모인 조의금 중 2000만원을 시민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부금이 전달될 곳은 총 10곳이다. 김 할머니 생전에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의기억연대와 인연을 맺어온 단체, 할머니의 평소 뜻을 함께 실천해온 여성·인권·평화·노동·통일 단체 등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72차 수요집회겸 김복동 할머니 추모식에서 한 참가자가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 꽃을 놓고 있다. 2019.01.30 pangbin@newspim.com |
여성단체로는 미군기지촌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햇살사회복지센터’, 인권단체로는 북으로 송환을 추진 중인 ‘북녘식당 종업원 진상규명 및 송환대책위원회’가 선정됐다.
평화단체로는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제주도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강정사람들’과 사드철회운동을 펼치고 있는 ‘소성리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김천대책회의’가 기부금을 받게 됐다.
노동단체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와 노조민주화운동을 진행하는 ‘삼성일반노조’가 꼽혔다.
통일단체 중에는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와 ‘양심수후원회’, 통일트랙터 북녘보내기운동을 추진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부금은 김복동 할머니 이름으로 각 단체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운구행렬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구 일본대사관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02.01 leehs@newspim.com |
장례위는 2차 나눔 기부도 예고했다. 장례위는 여성·인권·평화·노동·통일단체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대학생 자녀 10명을 3월 중 장학생으로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정된 학생들은 김 할머니의 생일인 4월 17일, 일본대사관 앞 수요 집회 현장에서 각 200만원 총 2000만원의 장학금을 받게 된다.
장례위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맞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어렵지만 꿋꿋하게 일하는 단체에 할머니 뜻을 전하게 됐다"며 "이 소식을 김 할머니가 알게 되면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2019.02.01 leehs@newspim.com |
김복동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인권운동가로 살아오며 세계 곳곳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공개 증언해왔다. 김 할머니는 1년 여간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28일 오후 10시41분쯤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였다.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각계 인사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치권 인사들과 시민단체, 문화계 인사, 시민들이 조문했다.
장례위에 따르면 빈소가 마련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약 60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방명록 등을 기준으로 29일 1500여명, 30일 2500여명, 31일 2000여명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추모 열기도 이어졌다. 정의연은 미국·일본·네덜란드·호주·뉴질랜드·아르헨티나·콩도 등에서 추모 서한을 전달하고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추모 행동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서울·성남·수원·용인·강릉·횡성·서산·당진·양산·창원·거제·담양·여수 등에서 추모제 등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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