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영화 산업의 판도가 재편될 것이란 우려가 무색하게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아쿠아맨’, ‘범블비’, 메리 포핀스 리턴즈‘ 등 헐리우드 영화들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들 영화의 성공으로 박스오피스 수익이 기록적인 수준을 기록했고, 영화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해졌다. 올해 미국 영화 티켓 판매 수익이 8% 증가하며, 근 10년 만에 최대폭 증가했다.
박스오피스 수익은 제작이나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한 영화산업 재정의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주지만, 영화산업의 중요한 측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기도 하다. 즉 제작사들이 영화팬들이 원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이해하고 있느냐가 박스오피스 수익에서 단번에 드러난다. 그리고 최근 박스오피스 수익은 영화팬들의 극장 발길이 아직은 줄어들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7년에만 해도 극장산업의 사양이 확실시됐다. 매년 영화표 가격이 상승하고 미국 인구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수익이 2% 감소한 것이다. 티켓 판매량은 12억4000만장으로 6% 줄며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그 해에 넷플릭스 미국 가입자 수는 11% 급증하며 처음으로 5000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가 극장을 집어 삼킬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이후 올해 2월 ‘블랙팬더’의 개봉으로 갑자기 추세가 역전됐다. 블랙팬더는 미국에서만 7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이후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가 빅히트를 치며 6억790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둔 영화의 수가 줄어 블록버스터를 제외하면 영화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700편 이상의 영화가 개봉됐으나 단 10편의 영화가 박스오피스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거뒀다. 게다가 10편의 영화도 슈퍼히어로물와 애니메이션으로 장르가 제한됐다.
일각에서는 무비패스(MoviePass) 때문에 일시적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무비패스는 한 달에 9.95달러(약 1만원)만 내면 매일 하루 한 편씩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이는 보조금에 대거 의존하는 시스템이므로 언제까지 서비스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이 가운데 극장 산업과 스트리밍 서비스 산업이 반드시 제로섬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늘어날수록 극장을 찾는 사람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미국극장주협회(NATO)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리밍 비디오를 많은 볼수록 극장에서 영화도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1950년대에 TV의 보급으로 극장 산업이 크게 위축됐던 때와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는 극장 산업에 나빠야 중립적인 영향, 심지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관객들은 집에서 영화의 다양성을 누리고 대형 화면이 주는 스펙터클을 원할 때만 극장을 찾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빅히트를 친 작품들이 마블과 디즈니의 슈퍼히어로물이나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에 올해 개봉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나 ‘콰이어트 플레이스’처럼 수퍼히어로물이 아니더라도 틈새시장을 잘 찾아 히트한 작품들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으나, 박스오피스 수익 구조를 보면 여전히 최대 히트작 몇 개만이 수익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장 입장에서 작품의 다양성을 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 '아쿠아맨' 프리미어에서 주인공 제이슨 모모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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