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주도에서 거주 중…"거절 당하면 갈 곳 없어"
"법원 최종 결정 21일 나와"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중국과 라오스 그리고 태국을 오가며 10년간 500여명의 탈북자들을 도운 중국인이 한국에 망명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해 현재 법원의 판결에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1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인 투아이롱(55)은 중국과 라오스 국경을 오가며 걸설일과 한약재, 야생동물 밀반입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는 또 중국에 티크재(材)를 수입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투아이롱은 한 한국인 기업가로부터 자신의 친척들이라며, 탈북자들의 라오스 밀입국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는 "나는 국경 너머로 수많은 무거운 물건들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부탁받은 이들은 두 다리로 멀쩡하게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일이 뭐 얼마나 어렵겠나"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4년 처음 탈북자들의 라오스 밀입국을 도운 이후 그는 10년간 500명 이상의 탈북자들의 피신을 도왔다.
투아이롱은 부탁을 받은 기업가의 상사(boss)로부터 탈북자 한 명당 500달러를 받고, 탈북자들의 라오스 밀입국을 도왔다고 신문에 전했다.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자연대가 외교부 앞에서 강제북송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스핌DB> |
투아이롱의 도움을 받은 탈북자 가운데는 2004년 미국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이들도 있다. 미국 시민권을 얻은데 성공한 탈북자 중 한 명인 니콜 최는 WSJ에 "물론 그(투아이롱)가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신 그는 많은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걸었다. 그는 항상 우리를 안전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투아이롱은 이후 2006년 전기원이라는 한국인 목사로부터 부탁을 받아, 탈북자 한 명당 1000불을 받고 그들의 태국 입국을 도왔다. 그는 한 달에 세 번 정도 중국과 태국의 국경을 넘나들었다.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등의 나름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결국 그는 2007년 4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붙잡혀 한 달간 구금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또 붙잡혀 6개월의 구금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2009년 3월에 중국을 떠난 그는 2010년에 태국 방콕에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망명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그는 라오스에 정착하며 현지 여성과 만나 가정도 꾸렸다. 2016년 라오스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그에게 귀국을 종용했지만, 중국으로 돌아가면 체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그는 중국이 아닌 제주행을 택했다. 투아이롱은 그 후로 제주에서 난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투아이롱은 한국에 망명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그가 라오스에서 위험에 처해있지 않았으며, 중국에 돌아갔을 때 처벌받을 위험에 직면한다 할지라도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거부했다. 투아이롱은 현재 법원의 판결에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의 최종 결정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1일 나온다.
그는 WSJ에 "일부 한국인은 '한국이 싫으면 떠나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갈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나는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 미래에는 상황이 나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