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이사진과 경제산업성 간 마찰 부각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차세대 산업육성을 위해 설립된 일본의 민관펀드 '산업혁신투자기구'(JIC)가 출범 2개월 반만에 대부분의 이사진이 사임 표명을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10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다나카 마사아키(田中正明) JIC 사장은 이날 오후 1시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포함한 이사 9명의 사임 의향을 표명했다. JIC의 이사는 총 11명으로 이 중 대부분이 사임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다나카 마사아키 산업혁신투자기구 사장 [사진=NHK] |
다나카 사장은 회견에서 사임 이유로 "우리(이사진)는 우리나라(일본)의 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모였지만, 경제산업성의 자세 변화로 우리가 공감했던 목적을 달성하는 게 실무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다나카 사장은 경제산업성이 임원보수가 고액이라며, 기구 측과 합의한 내용을 철회한 것에 대해선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돈을 위해 (JIC이사를) 하는 사람은 없다"며 "국가의 장래를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금융과 투자지식을 나누려 했으며, 처음 제시받은 금액이 1엔이었다고 해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일본 정부 고위관료가 서면을 통해 약속한 계약을 나중에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의사회의 의결을 자의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는 일본이 법치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경제산업성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다나카 사장은 자신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사들은 모두 많은 업무를 맡고 있으며, 이 중엔 뜻이 있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모인 사람도 있다"며 "이를 주도한 (나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은 업무를 확실하게 처리하고 사라지겠다"고 말했다.
JIC는 올해 9월 하순 발족된 기구로 2조엔대 규모의 자금을 운용한다. 다나카 사장은 발족 당시 "단순히 좀비기업을 연명할 생각은 결코 없다"며 '탈(脫)연명'을 선언하면서,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개별 투자안건에 소관부처인 경제산업성의 의견청취를 필요로 하지 않는 등의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인재 면에서도 미국에서 산업육성 분야나, 펀드 운용에 정통한 인물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져 JIC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이 같은 '탈 연맹' 방침이 경제산업성과 마찰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수문제는 JIC 체제를 바꾸려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책목적이나 국회대응 등을 중시하던 경제산업성과 펀드의 주체성과 기동성을 중시한 다나카 사장을 계속 부딪쳐왔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취재에 응한 한 관계자는 "(다나카 사장의) 후임은 정부의 의향을 '손타쿠'(忖度·촌탁)하는 인물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손타쿠는 구체적인 지시가 없어도, 알아서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