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GA 프라임에셋, 무실적 설계사 해촉…"이례적"
고용보험 의무화시 보험업계 월 174억 추가부담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프라임에셋이 무실적 보험설계사 정리에 나섰다.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이하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를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보험설계사는 특고의 70%를 차지하는 대표 직종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프라임에셋은 최근 직전 3개월(올해 7~9월) 동안 장기, 일반, 자동차 신규보험 모집 실적이 없는 설계사를 해촉하기로 했다. 해촉대상 설계사에 내용증명서를 발송한 뒤, 소명 절차를 밟고 객관적인 사유가 없으면 계약을 해지하는 거다.
프라임에셋 관계자는 "본래 일정기간 실적이 없는 설계사 해촉은 규정에 명시돼있다"며 "그 동안 6개월 무실적 설계사를 대상으로 하다, 이번에 규정에 있는대로 3개월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GA가 설계사를 해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나 GA는 저능률 설계사여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실적에 유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설계사를 먼저 해촉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특히 이러한 현상은 GA에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용보험 의무화를 앞둔 선제대응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이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특고도 고용보험을 적용받게 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 정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들에 설계사 채널 운영비용 증가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GA 역시 고용보험료는 운영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전체 40만7250명 기준)에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월 173억7000만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고용보험에 산재보험·건강보험·연금보험 등 4대보험까지 의무화되면 월 1075억7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특고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혀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하나다. 보험업계는 설계사가 노동3권을 앞세워 수수료 협상 등에서 우위를 확보, 경영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고용보험 의무화는 영업성과가 떨어지는 '저능률 설계사' 해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통상 저능률 설계사는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이들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설계사 중 30%(5만7624명)가 이에 해당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에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보험사, GA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실적이 없는 설계사까지 끌고 가기 힘들기 때문에, 저능률 설계사를 퇴출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역행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