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아일랜드에서 10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20대 남성이 피해자가 '끈팬티'를 입은 것을 근거로 동의된 성관계였다는 변론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자 전 세계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
아일랜드 코크 형사법원의 판결에 반발하며 피해자 책임전가의 종식과 관련 법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 [사진=루스 코핀저 하원의원 트위터] |
아일랜드 매체 아이리시 이그재미너가 지난 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일랜드 남부 코크 형사법원은 한 길거리에서 A(17)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선 B(2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성관계가 원고의 동의 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합의된 성관계를 입증할 증거다. 배심원단 앞에 선 변호인은 사건 당시 원고가 입고 있던 끈팬티를 들어 보이며 "여러분은 그(원고)가 입은 행색을 봐야 한다. 그는 앞에 레이스가 달린 끈팬티를 입고 있었다"며 "증거물은 원고가 피고에게 끌렸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함께하는 데 개방되어 있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변론은 받아들여졌고 남성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같은 판결에 여성 하원의원인 루스 코핀저는 아일랜드 의회에 끈팬티를 들어 보이며 정기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르는 피해자 책임전가 문제를 대두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곳에서 끈팬티를 보이는 것은 창피해보일 지 모른다. 그렇다면 성폭행 피해자나 여성이 재판과 같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자신의 속옷이 보여지는 것은 어떻겠나"라고 꼬집었다.
코크 형사법원 앞에서는 약 200명의 사람들이 관련 법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FionaRedFM' 계정 이름의 한 트위터 유저는 시위 현장 사진과 함께 "우리가 무엇을 입고 어디를 가던지 간에 '예는 예'이고 "아니요는 아니요'"란 글을 올렸다. 시위자들은 법원 계단 위에 끈팬티들을 올려 놓으며 "예는 예, 아니요는 아니요(yes means yes, no means no)"란 구호를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더블린의 더블린 첨탑에서는 길가의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연결해 마치 '빨랫줄' 마냥 끈팬티들이 걸려 있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번 판결로 아일랜드 여성들은 분노했고 SNS 시위로도 번졌다. 트위터에서는 "#이것은 동의가 아니다(#This is not consent)"란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끈팬티 사진을 올리는 캠페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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