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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 속 軍철책 철거 '가속화'…高가치 해안 '난개발' 우려

기사입력 : 2018년11월01일 14:21

최종수정 : 2018년11월01일 17:07

남북 관계 '급진전'…철책철거에 속도
해안생태·경관 환경…훼손우려도↑
군 철책 철거지역 '난개발' 우려 커
펜션단지·해안 둘레길 등 관광개발
"공유수면 매립·점사용 허가 엄격해야"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해안의 자연환경 보존·자연재해 완충공간인 군 경계철책 철거지역의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억눌렸던 개발사업들이 과도하게 추진될 경우, 해안환경 훼손과 자연재해에 취약한 해안개발 난립의 실패 사례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일 정부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남북 관계가 급속도록 호전되면서 중·장기 해안선 철책 사업이 속도를 낼 조짐이다. 철책 철거를 맡고 있는 국방부는 해안·강안에 설치한 철책 약 283㎞를 철거했거나 철거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공개한 해양수산 분야의 ‘동향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국 해안·강안에 설치한 413㎞의 경계철책 중 지난해까지 114㎞ 철거가 승인난 상태다.

지금껏 완료된 규모는 69.3㎞로 파악되고 있다. 향후 나머지 경계철책인 298.7㎞ 중 169.6㎞가 철거예정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18.04.27

철책은 강원도 약 91km, 경기도 81km(김포·고양 강안 45km), 인천시 74km, 경북 24km, 충남 20km, 전북 6km 등의 순이다.

전국 61개 철책 구간 중 즉시 철거가 가능한 15개 구간(34.7㎞)은 내년까지 철거가 예정돼 있다. 이어 46개 구간(134.9㎞)도 감시 장비 보강 후 철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민은 이로 인한 해안 생태의 보전 여부라는 게 해안보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실상 철책이 설치된 해안은 생태·경관 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지역에 속한다.

국립환경과학원 측도 해안의 철책으로 보호된 대표적 자연환경인 해안사구가 자연재해 완충, 담수 저장, 생물 다양성 증진, 경관 형성 등의 기능을 한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KMI 보고서가 인용한 유럽연합(UN) ‘새천년생태계평가(MEA)’를 보면 습지, 사구, 암석, 맹그로브, 조간대 등 자연해안은 공급(provisioning) 부문, 조절(regulating) 부문, 문화(cultural) 부문, 지원(supporting) 부문에서 인류에게 주는 서비스의 가치가 높다고 본다.

하구와 습지는 식량 공급, 섬유·목재·연료 공급, 오염정화·해독, 자연재해 방지, 정신·영감적 문화, 위락 서비스가 탁월하다는 평가다.

조간대·해변·사구는 정신적·영감적 문화, 위락, 종다양성 유지 서비스와 식량 공급, 심미적 문화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생태계서비스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인 로버트 코스탄자(Robert Costanza) 호주 크로퍼드대학 교수의 논문(1997)을 보면, 전 지구 생태계의 연간 가치 추정은 총 3조3268억 달러로 연안(coastal)과 습지(wetlands)의 경우 각각 1조2568억 달러, 4879억 달러다.

정지호 KMI 부연구위원은 “군 경계철책으로 보전된 해안사구는 자연재해 완충, 담수 저장, 생물다양성 증진 등의 기능이 있고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해 이용가치도 높다”며 “최근 남북관계의 화해분위기가 급진전됐고, 철거 비용이 국가부담으로 여건이 개선돼 철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군 경계철책 철거지역의 ‘난개발’ 우려다. 군 경계철책이 철거된 연안이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다양한 개발 의지가 강한 만큼 캠핑장, 야영장, 펜션단지, 해안 둘레길, 염전·머드체험장, 소금박물관 등 관광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다.

철책 철거 중인 화성시, 인천시, 속초시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군 철책 철거지역 사례 [출처=한국해양수산개발원]

철책제거지역의 난개발 폐해는 늘 지적돼 온 문제다. 과거 철책제거로 관광객의 해변 접근이 쉬워지면서 쓰레기 무단투기 등 각종 환경문제가 골칫거리로 등장한 바 있다.

해안선이 개방된 일부 구간은 해수욕장으로 지정·고시돼 있지 않아 관리 주체가 없고, 수영구역 표시 부표나 인명구조함 등 안전 시설물도 전혀 없어 피서객 안전사고 우려도 높았다.

무엇보다 생물서식지 등 생태계의 보고 장항습지 훼손에 대한 지적도 제기돼 왔다.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의 경우는 시작부터 관련 지자체들이 한강을 따라 각종 개발계획을 내놓는 등 지적이 잇따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수부가 해당지역의 공유수면 매립과 점·사용의 허가를 엄격하게 하고, 연안완충구역으로의 지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안상태에 대한 조사 강화도 꼽고 있다.

윤성순 KMI연구위원은 “관계 중앙부처, 지자체, 민간단체, 지역민 등의 이해관계 조정과 협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통해 철책 철거 배후지 이용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자연환경 보전과 재해방지 등의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는 철책 배후 사유지에 대해 국가가 매입하는 적극적인 방안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위원은 이어 “철책 철거가 연안 난개발과 그에 따른 자연자원 가치의 훼손이라는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통해 연안공간의 자원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현명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연안습지 생태계 서비스 [출처=World resources Institutes·K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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