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짝 신화' 스베누 이끌며 '횡령·사기' 등 혐의로 고소 잇따라
제조업체들 "위탁판매 물품으로 횡령했다" 주장
法 "위탁판매 아닌 외상거래로 보여... 범죄 증명 불가"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20대 창업가로 운동화계 성공신화를 썼던 황효진(30·남) ‘스베누’ 전 대표이사가 26일 1심 재판에서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 전 대표의 재판 결과가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황씨에게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황씨는 위탁 판매했던 Y사 소유의 신발을 E사에 무단으로 판매해 이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법 /뉴스핌DB |
Y사는 스베누에 신발을 공급하던 제조업체로 2015년 8월 일명 ‘스베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스베누와 직접 위탁매매계약을 맺었으나, 황씨가 위탁자인 Y사 소유의 신발을 일부 매도해 10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위탁판매 제품의 소유권은 위탁자에 있어 위탁판매자가 판매한 대금은 수령과 동시에 위탁자에 귀속된다. 검찰은 위탁판매자 지위에 있는 황씨가 Y사의 제품을 받아 일부 매도한 것 자체를 횡령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스베누의 ‘위탁판매자 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스베누는 정산 문제로 제조업체들의 항의를 받고 118억 상당의 대금채무액을 확정하는 취지의 약정을 체결했다”며 “대외적 판매과정에서 생기는 손실과 이익이 최종적으로 스베누에 귀속되는 거래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계약서상 ‘재고 제품 이동 및 처리 권한’이 스베누에 부여된 점 △판매대금에 대해 정산보고 후 실제로 예고대로 지급한 점 △정산금 외에 신발 판매 후 취득한 대금이나 채권이 직접 Y사에 귀속된 정황이 없는 점 △제품 판매에 대해 출고시기·가격·처분내용 등을 Y사에게 지시나 요청을 받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위탁판매가 아닌 외상거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의 성격 자체를 위탁매매로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황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스베누 운동화 [사진=네이버 지식쇼핑 캡처] |
앞서 ‘스베누 사태’는 지난 2015년 여름부터 부산 지역 신발 제조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하며 불거졌다. 중간관리업체인 H사를 통한 대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자 스베누는 제조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어 남은 재고 제품을 처리하기로 했다.
2014년 창업한 신발 브랜드는 스베누는 100여개의 오프라인을 두는 등 고속 성장한 청년 창업 신화로 손꼽히다 2년 만인 2016년 10월 7일 공식 폐업했다.
현재 황 전 대표는 제조업체 및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대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된 상태로 알려졌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