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PRI 연구원, '38노스' 기고서 중국의 북한 체제보장 역할 강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최근 북한이 한국, 미국과 급속도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중국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며, 앞으로 중국이 북한 체제보장을 통해 대북 문제 해결사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4일(현지시각)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페이 수 연구원은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여전히 독특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으며, 북한 비핵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 中 역할 축소? ‘과장’
페이 수 연구원은 최근 북한 문제에 있어 한국이 중국보다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올 초 이후 외교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남북 화해에 전념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두드러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남북 간 새로운 외교 노선이 힘을 받으면서 중국의 전통적인 레버리지 역할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여 중국 내에서는 한반도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7일부터 8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중국 대련시를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조선중앙통신> |
하지만 페이 수 연구원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3월 28일 김 위원장은 영리하게 중국을 먼저 찾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시킨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5월 7일에도 시 주석을 다시 만났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중국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중국기인 에어차이나의 보잉 747기를 타고 싱가포르를 찾은 점이나 미국이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점 등도 중국의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또 북미회담 일주일 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올해 세 번째 회동을 했는데, 페이 수 연구원은 세 차례나 정상이 마주했다는 것은 중국이 한반도 발전의 주동력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대북 관계에 있어 중국의 신뢰도도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 北-中 ‘윈윈’ 노려야
페이 수 연구원은 경제나 안보 차원에서 북한과 중국이 서로에게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서로가 이해 상충의 길을 택하기보다는 ‘윈윈’ 할 수 있는 선택지를 택하는 편이 나으며, 이를 위해 중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경제 및 안보 이익에 기반한다. 중국은 북한의 주교역 파트너로, 중국의 경제 지원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촉진할 수 있다. 또 중국은 북한과 마주한 국경 도시지역에서의 물리적 안전과 동북아 전략적 균형 유지라는 차원에서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안보 이슈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중국과 미국 간 전략 경쟁의 핵심으로, 지금까지는 북한이 중국과는 양자 정치 및 경제 지원을 회복하려 하면서 동시에 미국과 비핵화를 약속하는 등 중간에서 균형을 잡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의 균형추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페이 수 연구위원은 중국이 앞으로 한반도 평화 및 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여부도 중국이 선택하는 역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서 설명한 북한과의 이해관계와 향후 관계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중국이 북한에 공식적인 체제 안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