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에서 출발해 분사한 CEO들이 말하는 성공비결
모기업 지원이 가장 큰 힘…분사 후에도 협력 지속
[편집자주] '혁신', '성장', '공유'.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한국 대기업들의 숙제와 같은 단어들이다. 기업들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 DNA를 심고, 이를 통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와 나누고 상생하는 것도 필요조건이다. 이에 뉴스핌은 월간안다 10월호에서 기업들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다뤘다.
[서울=뉴스핌] 조아영 기자 = "사내벤처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사내벤처에서 출발해 하나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CEO)들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비슷했다. 사내벤처로 시작했기 때문에 스타트업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내벤처는 모기업의 품 안에서 시작을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창업 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창업자금과 인력, 기술, 경영 등을 모기업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또 모기업은 필요 시 도움에 적극 응하는 멘토와 같은 역할도 한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크리에이티브랩(C랩)에서 스핀오프한 룰루랩의 최용준 대표는 "삼성전자 내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점이었다"며 "가장 중요한 핵심 개발자를 내부에서 구할 수 있었고, 전문가의 조언 등을 구하기 쉬웠다"고 창업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룰루랩 직원 단체 사진 [사진=룰루랩] |
룰루랩은 뷰티 솔루션 개발 기업으로, 올해 초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뷰티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루미니'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어 세계 미용·화장품 박람회에 참가해 제품을 론칭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룰루랩은 지난 2016년 1월 최 대표가 C랩에 참여하며 시작됐다. 사내에서 4명의 팀원을 선발해 함께 솔루션 개발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4월 분사했다. 분사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초기 투자와 경영 활동 전반을 지원했다.
또 다른 C랩 출신 스타트업으로 스마트슈즈를 제작하는 솔티드벤처는 2015년 8월 분사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스마트슈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CES 2017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업계에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조형진 대표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인력은 물론 제품 양산까지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았다"고 사내벤처의 이점을 소개했다.
◆ 인력부터 기술, 자금까지 모기업의 전폭적 지원 받아
분사 이후에도 모기업의 투자는 물론 사업적 협력도 이어진다. 간접적으로 투자자 및 협력 파트너들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룰루랩은 제품의 국내 유통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협업 방향 또한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제품을 활용할 방안을 함께 찾고 있다. 솔티드벤처도 삼성전자와 협업 포인트를 함께 고민하는 한편 마케팅, 홍보 등에 대한 지원을 받았다.
분사한 기업들은 모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관련 사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분사한 PLK, 씨즈올, 아이탑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PLK는 현대·기아차에 차선이탈경보(LDW)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씨즈올은 현대차의 승용·상용 디젤엔진을 기반으로 고성능 선박용 전자식 디젤엔진을 개발, 공급한다.
[미니인터뷰] 조형진 솔티드벤처 대표 "사내벤처는 사람을 키우는 제도"
솔티드벤처의 스마트슈즈는 스포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이템이다. 지난해 8월 제품을 처음 출시해 골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체형교정 솔루션인 '피트니스 노트'를 선보이며 피트니스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고, 9월 러닝머신 연결 서비스까지 완성시켰다. 솔티드벤처는 스포츠, 헬스케어 시장에서 성공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조형진 솔티드벤처 대표는 성공 비결에 대해 "사업 아이템 자체가 웨어러블 제품으로, 시장에서 눈에 띌 수 있는 시기와 잘 맞아떨어졌다"며 "무엇보다 창업 환경이 어려운데 사내벤처로 시작한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조형진 솔티드벤처 대표 [사진=솔티드벤처] |
조 대표는 사내벤처 제도인 C랩에 대해 "투자해서 사람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내벤처에 대한 삼성전자의 철학이 분명하다"며 "회사의 지원 아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맘껏 펼치고 스핀오프로 독립해 시장에서 살아남는 전투력 DNA를 키워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스마트깔창에서 시작해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로 나아가고 있다"며 "스마트슈즈 시장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1등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likey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