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임금이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는 미국과 일본, 유로존의 실업률이 떨어지자 기업들이 직원을 붙잡거나 노동자를 유인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있다며 올해 2분기 이들 지역의 임금 증가율은 2.5%로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직전 이후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 임금 증가율은 약 3%로 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블룸버그통신] |
이로 인해 2011년 이후 지속했던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한층 견고해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정책이 더욱 정당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는 주식과 채권 시장에 환영받지 못하는 소식이 될 수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JP모간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확장의 지속성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좋은 것이라며 "이는 경기 주기를 정상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논평했다.
이같은 증가세가 지속하면 임금과 노동시장의 역사적 관계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주요 선진국의 실업률은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임금 증가세는 부진한 모습을 연출했다. JP모간 추정치에 따르면 선진국의 실업률은 198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동안 1960년대 만들어진 '필립스곡선'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필립스곡선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필립스곡선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로 중국과 인도 노동력의 글로벌 시장으로의 동화, 대규모 자동화, 소수 기업으로의 산업 지배력 편중, 노동조합 가입 건수 하락, 저임금 노동자의 베이비부머 은퇴 세대 대체 등을 꼽았다.
매뉴라이프애셋매니지먼트의 메간 그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에서 노동 공급이 계속 부족해지고 있는 만큼 어느 단계에서는 필립스곡선이 다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 지난 8월 민간 노동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2.9% 상승해, 2009년 중반 침체가 종료된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폭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유로존의 임금은 2.2% 늘어나 2012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보너스를 제외한 영국 근로자 임금은 지난 7월 3.1% 올라 2015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근로자의 현금급여는 지난 7월 1년 전보다 1.5% 늘었다. 지난 6월 3.3%보다 오름폭이 줄긴했으나 상승세를 지속한 것이다. 일본 최대 제조업체 토요타 자동차는 지난 3월 올해 임금 상승률이 2017년의 3%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는 2.4% 늘었다.
이런 임금 상승세가 지속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임금이 계속 오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동반되면 소비자들의 실질 소비 능력은 반감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 상승세가 정체되거나 다시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는 대신 근무 방식을 더 유연화하거나, 휴가를 더 길게 주는 등의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젊은 노동자와 특히 여성 근로자는 비금전적인 '라이프스타일' 헤택에 더 큰 중요성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상승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씨티그룹은 일부 선진국의 임금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전체적으로 앞지르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 근로자의 생산성이 회복되고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분 일부를 흡수하면서 임금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빨리 상승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노무라홀딩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노동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보호주의 추구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임금 상승을 저해했던 많은 추세가 반전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이런 현상은 기업의 수익성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만큼 주식과 채권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의 앤드루 케이츠와 로버트 덴트 이코노미스트는 "부정적인 구조적 힘이 임금 인상의 핵심 배경이라면, 주식과 채권 성과 모두가 부진하게 나오는 시나리오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시장 참가자에게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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