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지난 7년간 노골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던 북한이 '정중동' 행보를 보이며 파키스탄과 이스라엘, 이란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와 달리 공개적으로 실험을 하지 않고 주변국에 위기의식을 주지 않는 등 핵무기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감을 사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NYT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맞춰 접근법을 변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현직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북한이 핵연료를 제조 중이고 무기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공개적인 증거들이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대목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지난 9일 북한 정권수립일 70주년을 맞아 평양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공개되지 않은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북한의 크고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맙다"고 말한 부분이다. 또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에게 "당신의 멋진 친서에 감사하다"며 "곧 보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전현직 정보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주의 깊게 읽고 있다면서, 좋은 겉모습을 연출하고 양측이 따뜻한 말을 주고 받으며 핵 실험을 진행하지 않으면 비핵화 진전에 대한 미국 측의 요구를 미룰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 전 CIA 분석가는 "북한이 기능장애(dysfunction)의 냄새를 맡았다"며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그의 칭찬, 만남 재개에 대한 그의 의지에서 기능장애를 봤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김 위원장이 핵 미사일 실험을 지난 10개월 동안 하지 않은 것은 그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이 시험을 하지 않는 한, 북한이 탄두를 설계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고 NYT는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이 핵 실험장 입구를 폭파하고 미사일 엔진 시험대를 해체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외부 조사관들이 이런 행동이 단순히 전시용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의 전략은 이제 간단해 보인다면서 그것은 파키스탄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8년 대규모 핵실험을 했던 파키스탄은 이후 수년간의 핵무기 포기 요구를 피해갔다. 파키스탄은 지난 20년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핵무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이미 증명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 파키스탄은 상당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키스탄은 핵 프로그램이나 핵확산방지조약(NPT) 서명 거부와 관련해 제재를 거의 받지 않았다. 이런 방식은 NPT 비서명 국가인 인도와 이스라엘이 취했던 방식과 흡사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했지만 파키스탄의 핵무기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니콜라스 번스는 "김 위원장은 무엇이 파키스탄인들을 보호했는지 알고 있다"며 "당신(북한)을 인정하는 국가들이 있고 그들이 당신(북한)과 무역을 하는 한 미국이 그 국가(북한)의 핵무기 장치를 해제하는 데 있어 성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고위급 국가 안보 관리들은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고 선언한 것은 커다란 실수였다고 시인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제 위기가 종료됐으니 북한과 무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3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패널들에게 압박을 넣어 대북 제재를 위반 사항을 적시한 보고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헤일리 대사는 측은 오는 17일 오전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논하기 위해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NYT는 헤일리 대사에게 주어진 지렛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가 끝났다는 발언을 유지하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날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부분 달려 있다고 주목했다. 다만 NYT는 북한의 핵 협상에서 중요한 당사자로 부상한 그가, 자신의 역할을 미국 동맹의 입장에서 보기보다 중요한 중재자로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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