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타인 신체 자체를 직접 촬영해야 처벌 가능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그 화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타인에게 전송하는 것은 성폭력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25)씨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그 의사에 반해 제공한 행위’로 처벌하려면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이 씨는 2015년 12월 자신이 일하는 유흥주점의 손님 A(42)씨와 내연관계로 지내다가, A씨가 이별하자고 하자 합의 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어 A씨 처에게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이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그런가 하면, 교제 중인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여자친구에게 전송한 것 역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등에 의한 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재판부는 “촬영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판매·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유포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촬영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제공’의 상대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씨가 촬영 대상인 피해자 본인에게 사진을 전송한 것은 무죄라는 2심 판결을 받아들인 것이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