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난치성 질환 신약 개발…부인은 질병진단 의료기기 제조"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부부 과학자가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걷다 코스닥 상장까지 차례차례 이뤄낸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이오기업인 올릭스와 피씨엘가 그 주인공. 코스닥 시장 설립 이래 첫 사례인 부부의 코스닥 상장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부인 김소연 대표, 다중 체외진단질병 키트 개발사 ‘피씨엘’ 창업
피씨엘 김소연 대표와 올릭스 이동기 대표는 부부다. 5명도 안 되는 작은 벤처회사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세계 의료 시장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중이다.
지난해 2월 코스닥에 입성한 피씨엘은 최근 시가총액 1000억원에 육박한다. 최대주주는 김소연(34.88%) 대표이며, 2대 주주는 남편인 이동기(2.48%) 대표다.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서 열린 피씨엘 신규상장 기념식. (왼쪽부터)최규준 한국IR협의회 부회장,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김소연 피씨엘 대표이사,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정진교 코스닥협회 상무. [사진=한국거래소] |
김소연 대표는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교 바이오화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기초과학자다. LG화학 연구원을 거쳐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면역진단 분야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8년 김소연 대표는 교수로 재직하며 단백질 고정화 기술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해외 유명 학술지에 출판했고, 상용화할 기업을 찾아 나섰다. 다만 당시만 해도 국내 기업은 제약·바이오 투자에 인색해 직접 창업을 결심한다.
피씨엘은 고유의 면역 다중진단원천기술인 ‘PCL SG CapTM’을 확보하고 있다. 자체 개발 기술을 통해 혈액선별검사용 면역진단 제품을 제조한다. 혈액 속에 항체를 진단하고, 질병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키트다.
피씨엘 관계자는 “김소연 대표가 당시 특허를 해외에 매각하고 편히 교수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제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창업한 것으로 안다”며 “초창기 2명의 직원으로 어렵게 시작했지만 45명의 청년이 재직중이며,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전해왔다.
남편 회사인 올릭스와 관련해선 “김 대표의 올릭스 지분은 초기 어려운 시절 가족으로서가 아닌 핵산전문가로서 정식 참여한 것”이라며 “이후 올릭스 경영 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서 열린 올릭스 신규상장 기념식. (왼쪽부터) 최규준 한국IR협의회 부회장, 정규상 성균관대학교 총장, 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이동기 올릭스 대표이사, 김소연 피씨엘 대표이사,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대표, 송윤진 코스닥협회 부회장. [사진=한국거래소] |
◆ 올릭스, 기술특례로 코스닥 상장한 올해 첫 바이오기업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올릭스는 이동기 대표가 2010년 설립한 바이오 벤처다. 올해 바이오 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시가총액(7월 27일 기준)은 3600억원 규모다. 이동기 대표와 김소연 대표는 각각 32.96%와 4.7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앞서 이동기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포항공대와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04년부터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발현 및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인 RNAi(유전자 간섭)에 대해서 연구했다. 마침내 2009년 유전자 간섭 관련 특허를 확보하고, 다음해 올릭스를 창업하게 된다.
올릭스는 유전자 간섭 기술을 이용한 3세대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안 좋은 단백질이 생성되면서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RNA간섭 기술을 통해 단백질 생성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면 병 유발을 막을 수 있다.
올릭스 관계자는 “건성황반변성의 경우 실명에 이르는 질병으로 현재 신약이 전혀 없는 상태다. 특발성폐섬유화증은 3년 내 사망률이 50% 이상인 치명적인 질환이나 기존 치료제의 효력이 미미하고 부작용이 심해 의학적 미충족수요가 매우 크다”며 “RNA간섭기술은 3세대 신약개발 기술로서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상장 역사에서 부부 과학자가 각자 창업한 회사를 1년 사이에 코스닥 입성까지 한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제 2의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가 탄생하게 될 지 이들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