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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붉은 정원' 박정원·송유택 "사랑에 포커스를 맞춰주세요"

기사입력 : 2018년07월17일 16:50

최종수정 : 2018년07월17일 17:58

러시아 이반 투르게네프 소설 '첫사랑' 각색
오는 29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강렬하고도 아련한 첫사랑을 세 사람의 시선으로 엮어 다시금 옛 추억에 빠져들게 만드는 뮤지컬 '붉은 정원'. 극 중 18세 '이반' 역의 배우 박정원과 송유택을 지난 12일 CJ아지트 대학로에서 만났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박정원(왼쪽)과 송유택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좋은 배우들이 참여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중요하지만, 어떤 배우가 하느냐가 제겐 중요하거든요.(웃음)"(박정원)

"창작 작품은 덜 다듬어지기도 했고 배우들이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부담보다는 같이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음악도 너무 좋고, 저희도 작품과 같이 성장하듯 참여하게 됐죠."(송유택)

뮤지컬 '붉은 정원'(연출 성재준)은 러시아 3대 문호 중 한 명인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작품으로, 18세 소년 '빅터'와 그의 아버지 '빅토르', 옆집의 '지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해 11월 리딩 공연 당시 참여했던 배우 정상윤, 이정화가 다시 한 번 참여했고, 에녹, 김금나, 박정원, 송유택이 새롭게 참여했다.

"리딩 때 참여했던 두 배우가 확실한 감정의 변화나 노선이 있어서 거기에 저희가 어우러지는 게 더 편했어요. 또 제가 뭔가 어떤 시도를 했을 때 잘 받아줘서 시너지가 더 좋았죠. 지름길로 인도해주다가도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하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재밌었고 팀워크도 좋았고 새롭게 얻는게 있었던 것 같아요."(송유택)

"리딩과 다르게 무대화를 시켜야 하는데, (정)상윤 형과 (이)정화가 중심을 잘 잡아줘서 저희가 가지를 잘 칠 수 있게끔 해줬어요. 부딪히더라도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니까요. 고맙죠."(박정원)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박정원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두 사람이 연기하는 '이반'은 우연히 만난 옆집의 '지나'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는 소년으로,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인물이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감정부터 슬픔과 고통까지 첫사랑의 모든 감정을 담는다.

"이반의 순수함에 포커스를 많이 맞췄어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보여줘야 하니까 조금 불친절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첫눈에 반하거나, 아버지가 싫어하는 일을 하는 이유 등이 순수하기 때문에, 이런 설렘, 아픔, 고통, 행복을 처음으로 느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순수함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한없이 행복하면서도 누구보다 아플 것 같은 인물이에요."(박정원)

"저는 사랑을 통한 이반의 성장을 그리고 싶었어요.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에요. 자신이 생각했을 때 자기가 하는 행동이 옳다고 생각했겠죠. 그 행동이 지나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그런 사랑의 과정을 통해 이반은 상처받고 성장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서 돌아봤을 때 스스로 잣대가 생기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어른이 되어 있는 거죠. 그걸 중점으로 보게 되변 초반과 후반의 이반이 굉장히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을 거에요."(송유택)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인 만큼 두 사람의 첫사랑도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을 터. 송유택은 "이반과 많이 닮았다"고 밝혔고, 박정원 또한 "당시에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었다"고 회상했다.

"제 첫사랑은 진짜 바보 같았어요. 내가 하는 게 그녀를 위한 거라고,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란 착각을 했었죠.(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부담을 많이 줬던 것 같아요. 그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스스로 창피하기도 해요.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사랑을 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생각나요. 이반의 사랑과 닮은 것 같아요."(송유택)

"첫사랑 때를 생각하면 정서적으로, 극적으로 다 같은 것 같아요. 행복했을 때는 너무 행복하고, 이러다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아프고, 그때는 뭔가 다 무조건적이었죠. 바라는 거 없이 그 사람에게 온전히 나의 모든 걸 내어주는게 첫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이반도 그러지 않았을까요?"(박정원)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송유택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18세 소년을 그리지만 두 배우는 현재 30대다. 프레스콜 당시 박정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20대 때 10대 역할을 하는 것과 30대 때 10대 역할을 하는 게 차이가 많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는 행복했어요. 오랜만에 민증 검사를 받는 느낌이랄까.(웃음) 사실 잘 해내도 본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여해보니 새로운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면서 이반에게 배우는 게 있더라고요. 제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이반을 했다면 파릇파릇하게 그렸을 수도 있지만,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서 후회는 없어요. 나이보다는 사랑의 주제와 감정에 포커스를 더 맞추는 게 고민이었어요."(송유택)

"외형적으로 사람들이 볼 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한거죠.(웃음) 어렸을 때 10대 연기보다 지금 연기하는 게 오히려 더 많은 걸 느낀 것 같아요. 어린 역할을 한다고 어린 척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고, 새로운 자극이 됐죠. 20대의 박정원보다 30대의 박정원이 더 깊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되고요.(웃음)"(박정원)

사실 작품은 '지나'라는 한 여인에 대한 '빅토르'와 '이반'의 사랑은 물론, '지나'와 '빅토르'의 관계 등이 담기면서 부정적인 반응이 있기도 했다. 박정원과 송유택은 우려의 시선을 모두 이해하면서도 "사랑에 포커스를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고전이라는 게 내용을 바꾸면 올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관계보다 첫사랑에 중심을 맞추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해해달라고 저희가 종요하기보다 관객들이 첫사랑에 포커스를 맞춰 보면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박정원)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박정원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처음에는 저조차도 '이게 괜찮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소재 때문에 비윤리적인 생각이 들 수 있고, 부도덕하게 보는 분들도 당연히 이해가 되죠. 하지만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사랑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각색을 한다해도 원작의 틀을 훼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저희가 더 고민했던 건 '왜?'라는 이유와 그들의 감정이었죠. 다각도로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어요. 작가도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을까요?"(송유택)

원작 소설은 '이반'의 시점으로만 진행되지만 '붉은 정원'은 '이반'의 시점으로 시작해 '지나'와 '빅토르'까지 세 사람의 시점이 모두 담긴다.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이들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연습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어떤 날은 지나와 빅토르가 이해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이반으로서 너무 마음 아플 때도 있고, 계속 왔다갔다 해요. 한 가지 방향으로 정해버리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니까 과연 그게 좋은가 생각하게 됐어요. 원래 저는 확실한 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서 이번 작품은 더 신선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은 아니지만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대로 상상하거나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내 생각이 답이 될 수 있고 질문을 낳을 수 있는 과정이 되풀이되는 거죠."(송유택)

"시점이 바뀌면서 어느 순간 빅토르와 지나에게 마음이 쓰일 때가 있어요. 나쁜 일이지만 두 사람 같은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두 사람을 이해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그냥 시점을 다르게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죠. 세 사람의 시점이 하나로 뭉쳐졌을 때 저는 충분히 아픔을 느끼고, 관객들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박정원)

'붉은 정원'의 또다른 매력은 아름다운 음악이다. 플룻,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4개의 악기가 세련되고 서정적인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작품의 감성을 높인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송유택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군악대에서 생활해 각종 악기들을 많이 접했어요. 그동안 노래 부르는 것만 좋아했지 음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는데, 거기서 악기들의 매력을 많이 배우게 됐죠. '여름의 시작'이라는 넘버를 기점으로 이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플룻의 맑고 청량한 소리가 정말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송유택)

"작품의 넘버 모두 가사나 멜로디들이 정말 예뻐요. 그 중에서도 아홉 번째에 나오는 '붉은 정원' 넘버를 가장 신경써서 부르고 있죠. 그 전의 노래들을 모두 합한 것 같은 노래에요.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원을 만들겠다는 게 너무 아름다워요."(박정원)

뮤지컬 '붉은 정원'은 오는 29일까지 CJ아지트에서 공연된다. 짧은 공연이 아쉬운 건 관객이나 배우도 매한가지. 첫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선, 아름다운 음악, 배우들의 열연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에 두 사람 또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결과적으로 이반이 성장하고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마음들이 그려져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마음이 한켠에 있으니까요. 첫 장면에서 이곳에 아서 회상하는 이반과 모든 걸 겪고 시간이 흐른 후 차분하게 달라진 이반의 모습도 공연의 매력이에요."(박정원)

"질문이 답이 되고 답이 질문이 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는 마무리돼도 관객분들이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배우들이 정말 잘해요. 캐릭터를 밀도 있게 끌어나가요. 관객 분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이런 사랑도 있고, 이런 배우도 있다는, 여러 가지를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송유택)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송유택(왼쪽)과 박정원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창작 공연에 많이 참여한 올해를 '도전의 해'로 평가한 송유택은 '붉은 정원'은 물론 앞으로 예정된 '록키호러쇼'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펼쳐갈 예정이다.기회가 된다면 매체도 오케이. 박정원 배우 또한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역할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매번 작품을 할 때 두 번 다시 안 올 기회라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한 번 보거나 처음 보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미련없이 공연 때마다 다 쏟아내고자 해요. 올해 창작 초연들을 많이 하며 도전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작업하는 시간 외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언제든 준비된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올 연말을 따뜻하게 보내면 좋겠어요.(웃음)"(송유택)

"안 해본 역할을 하는 건 도전이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어떤 작품을 하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중이에요."(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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