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규모 고층빌라 늘면서 기계식 주차장도 급증세
비전문 관리인 4시간 의무교육이 전부...효율성 의문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최근 서울시를 중심으로 고층빌라 공급이 늘면서 ‘기계식 주차장’을 둘러싼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층빌라란 5층 안팎으로 건립되던 기존 빌라와 달리 10층까지 규모를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보다 많은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이런 빌라들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대부분 기계식 주차장을 도입한다.
서울 등촌동과 목동 사이의 빌라촌. 10층짜리 신축 고층빌라가 즐비하다. 2018.8.16 [사진=김세혁 기자] |
16일 오후 강서구 등촌동과 염창동, 화곡동 일대에선 기계식 주차장이 딸린 고층빌라를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입주 4~5년째에 접어든 신축빌라들은 대부분 이런 형태였다. 이런 상황은 인접한 목동, 신정동은 물론 인천이나 부천, 안산 등 수도권도 마찬가지라는 게 중개업자 이야기다.
신정동 D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을 파는 빌라도 간혹 있지만 건물주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계식 주차장을 선호한다”며 “올 초부터 7월까지 양천구에 공급된 고층빌라만 따져도 지하주차장을 판 곳은 한 군데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고층빌라의 기계식 주차장 관리가 대체로 엉망이라는 사실이다. 아파트 수준의 관리가 어려운 빌라 특성 상 입주 몇 해만에 △녹으로 인한 부식 △센서 오작동‧멈춤 등 고장 △추락 등 안전사고 △차량파손 등이 빈발한다.
등촌역 일대 한 블럭에서만 발견된 고층빌라 기계식 주차장들 2018.7.16 [사진=김세혁 기자] |
목동의 T빌라 주민들은 이달 초 400만원 가까운 돈을 걷어 기계식 주차장 방수공사를 했다. 입주 3년도 안 된 새 빌라지만 지하 집수장 펌프가 오작동, 기계식 주차장 전체에 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이 이런 상태로 6개월 넘게 방치되면서 차량을 지지하는 패널 대부분이 심하게 부식됐다. 차량이 시멘트물이나 녹물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주민들은 주차장 관리자를 뽑아 교육까지 받았는데 불상사가 벌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기계식 주차장 사고가 매년 늘자 지난해 관련 법령을 손봤다. 20대 이상 자동차를 수용하는 기계식 주차장은 필히 관리인을 두도록 했고, 관리인은 4시간의 안전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정작 교육을 받으러 갔던 관리인은 “배운 게 없다”고 털어놨다.
각각 설치 2년, 1년, 3개월 지난 고층빌라 기계식 주차장 패널들(사진 위로부터). 관리부실로 심하게 부식돼 안전문제가 우려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8.7.16 [사진=김세혁 기자] |
T빌라 기계식 주차장 관리인은 주민인 60대 여성이다. 기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데다 몸도 불편한 그는 제비뽑기 결과 ‘덜컥’ 관리인이 됐다. 지난해 안전교육을 갔던 그는 “무슨 내용인지 들어도 모를 것들 뿐”이라며 “알아도 실질적 관리에는 도움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고층빌라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기계식 주차장 사고만 58건 발생, 30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사망자 수는 2013년 3명, 2013년 7명, 지난해 8명 등 꾸준히 증가세다.
T빌라 주민은 “기계식 주차장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관리 사각지대가 많아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며 “하나마나한 관리인 교육 같은 탁상행정 말고 정부 차원의 보다 꼼꼼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혀를 찼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