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매년 증가세...형사입건 중 구속 건수는 4.2% 불과
가정폭력·성폭력 격리하지만, 데이트폭력 불가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미투운동의 영향으로 데이트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 1~4월 데이트폭력 관련 신고·상담 건수는 총 3903건(여성긴급전화136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86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올 1~4월 경찰청에서 집계한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도 4848건으로 작년보다 26% 증가했다.
하지만 강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2017년 상반기 데이트폭력을 저질러 형사 입건된 4565명 중 구속된 경우는 4.2%(190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데이트폭력 범죄는 “신고해도 소용없다”며 경찰 신고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의 2016 데이트폭력 피해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피해자 627명 중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95.2%(597명)로 압도적이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중복응답)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76.8%), ‘개인적으로 해결 가능할 것 같아서’(38.1%)에 이어 ‘신고나 고소를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응답도 21.9%에 달했다.
‘경찰에 신고했다’고 응답한 30명의 피해자는 신고 후 경찰의 사건처리 방식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경찰이 사소한 일로 취급했다’고 응답한 비율(53.3%)이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지원했다’는 비율(40%)보다 높았다.
경찰에 신고했던 30명의 피해자는 신고 후 경찰의 사건처리 방식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경찰이 사소한 일로 취급했다’는 답변(53.3%)이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지원했다’는 답변(40%)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박영주 변호사는 “여성들은 헤어진 남자친구가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느끼는데,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정서적으로 힘들게 했다는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수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지난해 5월 남자친구와 연락 문제로 다투다 어깨와 이마 등을 주먹으로 맞았던 여대생 A(24)씨는 “남자친구가 미안하다며 사흘을 집 앞에서 기다렸다”며 “일단 보복이 두려워 7개월은 더 만났다”고 말했다.
데이트폭력의 경우 가정폭력범죄와 달리 형사상 접근금지가처분이 가능하지 않다. 민사상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은 가능하지만 가처분 결정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 역시 위반 시 금전지급 의무가 있을 뿐 형사제재는 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으로 ‘접근 금지 등 피해자의 신변 보호 조치’, ‘가해자처벌 등 법적 조치’, ‘피해자 피해 회복과 치유를 위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요구하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은 지난달 17일 범정부 차원의 ‘데이트폭력 사건처리기준’을 마련해 피해자 지원과 보호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구속 수사를 확대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격리 등 긴급 임시조치를 적극 활용한다는 게 골자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데이트폭력 대책은 매년 있었지만 실효성은 제자리 걸음”이라며 “데이트폭력 개념 자체가 어느 정도까지를 범위에 넣을 것인지 합의가 안 된 상태라 현장에서도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