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건 전문가'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인터뷰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정부와 의료 전문가들이 '한반도 건강공동체'라는 개념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 개념 안에서 협조 체계를 만들고 단계별로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은 30일 뉴스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건의료 영역은 생명과 관계된 만큼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이사장은 국내 최대의 남북보건연구 학술기관인 '통일보건의료학회'를 2014년 창립 초기부터 이끌고 있는 통일보건 전문가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사진=연세대의대> |
전 이사장은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대해 기대감이 커졌다"며 "이에 대한 굉장히 신중한 자세와 준비, 토론, 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이로써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됐으나 이뤄지지 못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 "무조건적 지원보다 남북 의료협력 체계 기반 만들기 우선"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0·4 공동선언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거치며 남북관계가 경색됐고, 의료협력은 사실상 중단됐다.
전 이사장은 의약품 공급 등 성급하고,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우선 남북 의료 협력 체계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스스로가 북한 주민들의 보건의료를 책임지고, 남한은 이를 적절히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의약품, 의료 기자재 공급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분별하게 의약품과 의료기자재를 공급할 경우 북한의 남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약품과 의료기자재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국가적 원칙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한 의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들 간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전 이사장은 주장했다. 특히 남한과 북한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반도 건강공동체'의 개념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 이사장은 "그동안 남과 북은 각자 국민들의 건강만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남북 교류가 늘어나면서 건강 문제는 남과 북 모두의 문제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남한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과 같은 전염병 발생했을 때 이를 예방하고 막을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이사장은 "적절한 시점에 남북한 보건의료 협정이 이뤄지고, 법 제정, 공동 기구 등의 일정한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큰 정책적 틀 안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그 후에 단계적으로 의약품 지원 등이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과 전문가, 민간 NGO 간의 협력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남북 보건의료협력은 정부 단에서만정부단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전문가, NGO 등과 우선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복지부도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복지부는 최근 확정한 '제2차 보건의료기술 육성 기본계획'에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연구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국제기구, 해외 연구기관 등을 통해 협력연구와 의료기술 개발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