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11번가·롯데닷컴 등과 제조업체 간 JBP 잇달아
가성비 앞세운 단독 기획상품 통해 매출 상승 효과
공동기획임에도 불구 상품 책임 제조사만 지는 구조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이커머스 업계가 제조업체와 손잡고 단독 기획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날로 심화되는 시장 경쟁 속에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의 일환인데, 정작 상품에 대한 법적 책임은 제조사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국내외 20여개 제조사와 ‘업무제휴협약(JBP)’을 체결하고 공동기획상품(NPB)을 잇달아 내놨다. JBP는 유통사와 제조사가 상품기획, 판매 등 공동마케팅을 펼치는 기업 간 제휴 파트너십이다.
◆ 오픈마켓·제조사 공동브랜드 'NPB', 가성비로 인기
G마켓이 지난 2월 건강식품 제조업체 휴럼과 공동 기획한 ‘말삭말삭하G’는 하루 500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작년에 오쎄와 함께 단독 론칭한 유아동화장품 브랜드 ‘소이베베’는 두 달 동안 6300여개가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에는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NPB상품인 ‘모카썸’과 ‘삭스니터’를 추가로 선보이며 단독상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G마켓이 의류업체 팬코와 공동 기획한 데일리 베이직웨어 브랜드 ‘모카썸’ 판매 페이지 <사진= G마켓 홈페이지 캡처> |
11번가도 30개 업체와 JBP를 맺고 단독 상품을 판매, 차별화에 성공했다. 중고 가구 제조업체인 폴앤코코와 함께 만든 공동브랜드 ‘코코일레븐’은 지난해 11월 론칭 이후 4개월간 누적 판매수량 1000개를 돌파했다.
롯데닷컴 역시 지난달 디에프디인터내셔날과 함께 온라인 단독 브랜드 ‘슈스토리’를 선보인데 이어, 이달 20일에도 금강제화와 JBP 관계를 구축했다.
이처럼 온라인유통사와 제조사가 협업해 내놓은 NPB 상품들은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상품의 책임 소재는 오롯이 제조사에게 지워지면서 소비자의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기획 구성 마케팅까지 공동이지만 소비자 보상은 제조사만
일반적으로 NPB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공동 개발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브랜드를 뜻한다. 제조사 브랜드(NB)와 유통사 자체 브랜드(PB)의 중간 개념인 NPB는 유통사가 상표권을 지닌 PB와 달리 제조사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
PB 상품의 경우 현행법상 책임소재를 명시한 조항은 없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표시제조업자에 대해 규정한 제조물책임법 제2조 3호에서 따라 1차적 책임을 상표권을 갖고 있는 유통업체에 지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NPB의 경우 상품 개발단계부터 기획·구성, 마케팅까지 양사가 공동으로 진행하지만 피해 배상에 대한 법적 책임은 제조사가 진다. 재고관리와 판매, 배송 등 상품과 관련된 모든 행위 역시 제조사가 담당한다.
오픈마켓들은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닌 기획 단계부터 상품 검수에 참여하고 있는 업무제휴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추후 법적다툼이 발생할 시 통신판매중개업자 면책고지에 따라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너지에 대한 과실은 나누지만 책임은 사실상 제조사 혼자서 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임은경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현재로선 제조물에 대한 책임문제는 제조사한테 지우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NPB상품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에 쇼핑몰의 브랜드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통업체가 책임부분을 제조사에게 전부 전가할 경우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유통채널들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유통업체가 제조사를 장악하는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유통사가 우월적 협상력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11번가가 가구업체 폴앤코코와 공동기획한 브랜드 '코코일레븐' <자료=11번가> |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