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위 관계자 "북한 시간 벌어줄 협상에 관심없다"
김정은 "南·美 단계적 조치 하면 비핵화 해결 가능"
[뉴스핌=채송무 기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물밑 접촉을 통해 쟁점에 대한 조율에 나선 가운데, 비핵화 절차에 대한 갈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다음달 또는 6월 초에 그들과 만나는 것을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 양측 간에 큰 존경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은 지난 9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한 의미다.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물밑 접촉에서도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핵심 의제인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엇갈린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천명했지만, 미국은 분명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뉴스핌> |
◆ 美, 단계적 비핵화에 분명한 반대 "북한 시간 벌어줄 협상에 관심 없다"
익명의 미 백악관 관계자는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은 과거 협상에서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시간을 벌어줄 협상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할 것"이라며 "이제는 비핵화를 향한 대담한 행동과 구체적인 단계들을 밟을 시기"라고 말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VOA에 따르면 애덤스 대변인은 "과거 협상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은 모두 실패했다"고 했다.
애덤스 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전세계의 최대 압박 캠페인은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은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면 더 밝은 길이 있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이같은 주장은 북한 핵 능력 완성 시기로 꼽히는 6개월 안에서 1년 내에 비핵화 검증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주재했다고 10일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 |
◆ 北 비핵화? 9.19 선언서 합의된 단계적·동시적 방안일 듯
북한의 비핵화 절차는 미국과 다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남한과 미국이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 방안은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방안일 가능성이 크다.
'9.19 공동성명'에는 "6자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단계적 방식으로 상기 합의의 이행을 위해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했다"고 돼 있다. 핵 능력 동결, 일부 핵능력 불능화, 핵 폐기로 이어지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나뉘어 행동 대 행동으로 이행하는 것이었다.
최근 북한이 정상 외교를 앞두고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북미 간 비핵화 이견은 향후 미국과 북·중·러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뉴스핌 Newspim] 채송무 기자(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