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SNS '여의도옆 대나무숲' 갑질 폭로 '봇물'
"바지 내리는 의원님, 딸 앞에서도 이럴까~" 폭로
습관적 카톡, 가족 수행 등 '보좌직원의 사노비화'
"어디 빵이 맛있다더라~" 요구에 KTX 타고 공수
[뉴스핌=이지현 기자] '미투'운동 바람이 국회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SNS국회 게시판에는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며 '#Me too'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미투운동은 단순히 권력형 성범죄 문제만으로 끝나진 않는다. 그간 국회 내에서 자행된 권력을 이용한 갑질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회 내의 폐쇄적인 문화와 권한 집중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력을 이용한 국회 내에서의 갑질 행태가 최근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 정치권에 불어닥친 '미투' 운동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김지은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나와 지사는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 나는 지사의 이야기에 반문할 수 없었고 늘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춰야 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는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다. 최근 국회 SNS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익명으로 국회의원들로부터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미투 게시글이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한 피해자는 "얼마 전 의원님께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가해자를 비난하는 기사를 봤다"면서 "제가 딸같다며 며느리 삼고 싶으시다던 의원님, 의원님은 따님분들 앞에서도 제 앞에서 그랬듯 바지를 내리시는지요"라고 미투 게시글을 올렸다.
문제는 국회 내 갑질이 국회의원과 직원들 사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원실 내의 상급자가 아래 직원에게, 또는 소관기관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피해자는 게시판에 "몇년전 모비서관에게 성폭행을카톡 당했다"면서 "당시 기록을 남겨뒀지만 신원이 밝혀질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 위계를 이용해, 친분을 이용해 교묘하게 성희롱하는 악랄한 행위가 반복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 권력형 성범죄에서 끝나지 않는 '국회 갑질'
국회 내 갑질은 단순히 성범죄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수행비서에게 가족들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의원부터, 밤낮없는 습관적 카톡 업무지시와 주말·새벽 출근을 강요하는 의원까지 업무적으로도 갑질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직원들은 이를 '보좌직원의 사노비화'라고 칭할 정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국회의원 뿐 아니라 의원실 직원들의 갑질 때문에 국회 대관업무 담당자들도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의원실이 자료를 요구하면서 주말에 전화를 하거나 설명을 위해 해당기관 담당자들을 수시로 불러내는 경우는 이미 일반화된지 오래다.
한 대관 업무 담당자는 "하루에도 몇번씩 오라 가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기관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자료인데도 다른 기관에서 받아다가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여자 대관 직원에게 사적인 만남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 의원실에서 지방에 있는 유명 제과점의 빵이 먹고 싶다고 하자 기업체의 대관 담당자가 새벽부터 KTX를 타고 지방에 가 빵을 공수해왔다는 얘기가 국회 내에서 전해지기도 했다.
◆ "이번 기회에 국회 갑질 뿌리 뽑아야"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회 내 권력형 갑질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국회 게시판에는 "의원회관 내 권력형 성범죄와 권력형 갑질이 사라지려면 의원들이 손에 꽉 쥔 인사권을 내려놓게 해야 한다"며 "직원 채용부터 해고까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내려놓게 하고 구체적인 자격 기준을 설정해 자질을 갖춘 사람 누구나 보좌진 채용에 응시해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자는 "현재의 제도로는 멀쩡히 일하다 다음날 해고돼도 어디 하소연 할 수도 없는 곳이 국회"라며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을 벗어나 채용 절차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솔직히 말해 국회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국회의원과 그 '빽'으로 들어온 보좌진 혹은 직원들의 갑질 행태가 심각하다. 사례를 말하자면 끝도 없다"면서 "워낙 폐쇄적인 문화 탓에 그 사례들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갑질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