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경남기업을 비롯한 중견사, 신규수주 정체에 먹거리 부족
올해 SOC 예산 15% 감소 예상..공공사업 많은 중견사 시름 깊어
[뉴스핌=이동훈 기자] 법정관리를 끝내고 새 주인을 찾은 중견 건설사들이 공사 잔액이 급감하며 매출 '보릿고개'에 시달리고 있다.
유동자금이 부족해 자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새주인을 맞은지 오래 안된 탓에 기업 신용도가 낮아 도급 사업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올해 공공공사 발주도 작년보다 줄어들 전망이어서 시름이 적지 않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 경남기업과 같은 최근 법정관리를 마치고 새주인을 찾은 중견 건설사들은 공사수주 잔액이 1년새 최고 30% 넘게 감소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59위 삼부토건은 작년 3분기 기준 공사 잔액은 3108억원으로 전년동기(4920억원) 대비 36% 줄었다. 창사 이래 공사 잔액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 넘게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진행하는 사업장 수가 많이 감소했다. 지난 2016년 3분기 이 회사는 국내 토목 59곳, 국내 건축 11곳, 해외 사업 5곳을 진행했다. 1년 후에는 준공에 따른 사업장 수 감소로 국내 토목·건축 43곳, 해외 5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연결기준(누적) 매출액은 2782억원에서 2265억원으로 줄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은 공사 현장이 줄면 매출액 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작년 새로운 주인을 찾은 경남기업은 공사 잔액이 2016년 3분기 7179억원에서 작년 3분기에는 5353억원으로 1년새 25% 줄었다. 이 회사도 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과 조직을 축소했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여력이 높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이 1년 넘게 이어지자 기업의 시장 경쟁력이 크게 추락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347억원에서 2021억원으로 3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30억원 흑자에서 3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해외사업 부실로 연간 손실이 2000억~3000억원을 기록할 때와 비교하면 개선됐지만 기업이 정상화 단계로 진입하긴 힘겨운 상황이다.
진흥기업은 작년 3분기 기준 공사 잔액이 28800억원으로 전년동기(2조9154억원) 대비 1% 정도 줄었다. 이 기간 매출액은 4631억원에서 4114억원으로 11% 감소했다. 효성이 지분 48.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계열사 공사 지원을 받았지만 신규수주 및 매출 감소를 막지 못했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은 먹거리 확보에 비상이다. 주택시장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이 건설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형과 중견 건설사 간 수주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신규 택지개발을 제한하자 주택을 공급할 땅 만들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중견 건설사들은 신용도가 낮고 자금력이 부족해 공공공사 참여에 활발치 못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건설사들이 해외수주 감소에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싹쓸이하는 것도 중견사들이 주택사업에서 설 자리를 점차 줄어드는 이유다.
올해도 상황이 나아 보이진 않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택경기 침체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으로 작년보다 국내 건설 수주액이 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수주 규모는 133조원으로 지난 2014년(107조5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발주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영업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주견 건설사들이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 민간 주택사업과 토목사업에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 중견 건설사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 SOC 예산이 줄어들 전망인 데다 실적이 부진한 중견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구성에도 애를 먹고 있어 실적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