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손실, 금융사고 우려...은행권 확산될듯
[편집자] 이 기사는 12월 22일 오전 11시17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강필성 기자] “가상화폐 투기는 업무 집중도 훼손 및 개인의 손실의 우려가 있으니 자제하십시오.”
은행이 임직원에게 가상화폐 투자를 자제하라는 사실상 금지령을 내렸다. 최근 가상화폐 투기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면서 사기 및 해킹 피해가 발생하자, 은행권 자체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해 거리를 두기로 한 것. 특히 손실을 보는 과정에서 자칫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가상화폐 투자를 자제하라는 교육방침을 전 행원에게 공지했다. 여기에는 가상화폐 투기가 업무 집중도를 훼손하고 개인 손실의 우려가 매우 높다는 점을 들어 아예 가상화폐 거래를 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는 은행업무 특성상 가상화폐 투자과정에서 금융사고의 유혹이 적지 않은 점 때문에 금지령이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빗썸 광화문 고객상담 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경고를 공지하기도 했다. 이 공지에는 “사회적 투기 분위기 과열 및 이용자 피해에 유의하라”는 문구가 담겼다. 투기적 요소가 매우 많아 손실을 입을 수 있으니 사실상 투자를 자제하라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에도 가상화폐에 대한 해외송금을 제한하고 관련 업종에 대한 거래증빙서류를 면밀히 챙기는 등 각별히 주의하라고 추가로 공지했다. 송금 목적을 속이거나 해외에서 채굴기를 구입하기 위한 송금을 원천 차단하라는 지시다.
가상화폐 투기열기가 고조되면서 은행원이 자칫 논란이나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은행원들의 가상화폐 투자 자제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외에 증권사도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금지령을 내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직원들에게 가상화폐 거래를 하지 말 것을 비공식적으로 주문했다.
◆ '가상화폐 투자 금지' 내부 규정 없어...처벌하기도 애매
다른 은행은 명확한 지침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를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은 근무시간에 주식 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펀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은행 임직원은 보유 주식을 정기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규제도 받는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내부 규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에서는 이런 방침을 공식화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추적하거나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금지할 규정도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만약 이를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처벌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권 밖에서 가상화폐가 거래되면서 겪고 있는 논란이 고스란히 은행권 내에서도 재현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에서는 향후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거리두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의 가상통화TF는 금융사의 가상화폐 보유 및 투자 등 취급을 금지한 데 이어 사실상 유사수신행위로 분류했다.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시 은행 가상계좌의 실명확인 의무 및 1인 1계좌 가이드라인도 신설했다. 그동안 익명으로 할 수 있던 거래가 드러나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기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금융사의 가상화폐 기피현상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