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와 금융당국간 지배구조 둔 갈등이 원인
하나UBS운용 내년 사업 차질 불가피
[뉴스핌=김승현 기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관련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UBS운용의 완전 자회사 편입이 사실상 연내 무산되며 하나UBS운용은 내년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하나금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됐다.
하나금융투자 <사진=뉴시스> |
금융위 측은 지배구조법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일단 심사를 중단했다면서도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지배구조 문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 사이의 힘겨루기란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4일 김정태 지주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포함된 채 회장추천위원회에 참여하고 일부 사외이사가 회추위에서 배제된 점이 검사 결과 드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내년 초 하나금융지주의 경영권 승계 절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검사할 예정이다.
이 같은 당국 결정에 하나금투와 하나UBS운용은 ‘패닉’ 상태다. 하나금투 내부에선 ‘이상한 낌새’는 감지했지만 심사 중단 결정까진 예상치 못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부적격 판단이 아니라 적격, 부적격 여부에 대한 심사를 일단 중단한다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당국으로부터 최종 결과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하나금투로선 지난 9월 UBS로부터 하나UBS운용 지분 51%를 인수키로 하면서 연내 금융위 승인을 받고 주총을 열어 임원 선임, 조직 개편 등을 확정해 자회사 편입을 끝내려던 계획이 어그러졌다. 하나금투는 하나UBS운용을 대표 운용사로 만들기 위해 기존 부동산 전문 하나자산운용의 이름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으로 먼저 바꿀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하나UBS운용은 당장 내년도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하나금투 완전 자회사로 새 출범하며 준비했던 다양한 상품과 전략이 기약없이 연기될 판이다. 특히 운용사로선 이러한 ‘잡음’이 특히 법인영업에 치명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리스크를 꺼리는 연기금들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운용사에는 자금 집행을 안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사업에 발목이 잡힌 경우는 하나금투뿐이 아니다. 삼성증권도 초대형IB(투자은행) 진출과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이 문제돼 금감원에서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