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가상현실 데이터용 'HBM2'
고화질 영화 128편 분량 1초만에 처리
[ 뉴스핌=황세준 기자 ]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초고속 반도체인 'HBM2' D램을 선보인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인공지능·가상현실 등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다.
20일 관련업계와 회사측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8기가바이트(GB) HBM2' 샘플을 고객사에 선보였고 이달말부터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업계에 이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했으나 앞으로 SK하이닉스와 경쟁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HBM은 기존 D램과는 차원이 다른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다. 고성능 GPU(Graphics Processing Unit) 등에 사용한다. 알파고의 연산에 사용한 GPU가 HBM을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HBM2 메모리의 성능 그래프. <사진=SK하이닉스> |
지난 2013년 말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HBM을 선보였고 반도체 표준화 기구인 JEDEC 규격 제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HBM2는삼성전자가 먼저 양산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선보이는 제품은 초당 256기가바이트(GB), 2GB 영화 128편 분량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현재 그래픽 카드용 메모리로서 가장 빠르다는 'GDDR5 D램'이 초당 32GB를 처리하는 것에 비해 8배 빠르다.
회사측은 "HBM은 고객사에서 (기존 메모리 반도체 대비) 2.5배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을 제시하는 제품"이라며 "그래픽, 서버, 슈퍼 컴퓨터, 네트워크 등의 다양한 응용분야에 채용돼 사용자의 경험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8GB HBM2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공급처 확대를 모색 중이다. 올해 5월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인 '테슬라 볼타 100'을 소개하면서 핵심 부품을 하나씩 밝혔는데 그중엔 삼성전자의 HBM2 D램도 포함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IT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HBM 제품군 중 8GB HBM2의 양산 비중을 내년 상반기까지 50% 이상으로 늘려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IT 기기가 늘어나면서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서버용 고용량·고성능 메모리나 전장·AI용 칩셋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고대역폭메모리(HBM)나 관련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D램 미세공정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10나노 후반대(1x나노) D램 기술을 확보해 추격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10나노 초중반대(1y나노) D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격차는 2년 미만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 공정 기반의 'HBM3'도 개발 중이다. 회사측은 "HBM3부터는 고객사와의 협의를 거쳐 신공정(10나노)를 사용해 제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