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에 대한 억지력 보여주기 위한 것"
[뉴스핌=노민호 기자] 미국의 '대북 군사적 조치 실시'를 연상케 하는 강경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도발을 기점으로 대북 선제 타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1월 30일 공개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사진=북한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쳐> |
미국 CIA(중앙정보국)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 예상 시점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며 내년 3월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나서는 데드라인이라고 보고했다고 마크 세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스피치 라이터)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전했다.
3개월이 지나면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의 주요 도시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돼 그전에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세돈 교수는 최근 한 미군 고위 사령관 역시 전 유럽 의회 인사에게 3월 데드라인을 언급했다며 3월 데드라인이란 결국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까지 남은 시간이 3개월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케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지난 3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선제공격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발전으로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면서 "모든 미사일 시험과 지하 핵실험은 결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2일 국방포럼에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강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미 고위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로 넘어와 미국이 진짜 대북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연결됐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6일 "북핵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의 동의 없이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단호히 밝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선제·예방 공격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을 두고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7일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7주년 기념 김대중평화학술회의'에 참석한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이근 본부장(국제대학원 교수)은 "현재 맥매스터를 포함해 몇몇 인사들이 전쟁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미국 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층에 어떤 단호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가지고 북한을 타격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중요한 것과 급박한 것이 있다. 이는 어떤 것은 급박하게 해결해야 하지만 또 어떤 것은 오히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의) 핵개발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군사적 옵션까지 동원하며 급박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과거에는 미국이 쉽게 전쟁 이야기를 못하게 했다"며 "지금은 미국하고 그런 게 잘 안되다 보니까 미국 조야에서 너무 쉽게 대한민국 문제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장관이라도 나서서 만만한 게 전쟁이냐는 식의 한두 마디씩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대규모 군사적 행동은 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지정학적인 측면을 감안할 때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최대치는 F-22 '랩터' 정도가 북한 영해를 비행하는 정도"라면서 "더 나아간다면 북한 영공을 가로지르는 정도가 최대치 군사적 행동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