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 ‘목소리’ 듣고 주인 식별...쌍둥이 목소리도 구분
KB국민은행, 음성인식으로 계좌조회와 송금
[뉴스핌=심지혜 기자] # 홈쇼핑 채널을 보던 A씨는 마음에 드는 수영복이 나오자 KT의 인공지능(AI) 기기 ‘기가지니’를 향해 “지니야, 나 저 수영복 살래”라고 말했다. 기가지니는 “네, 알겠습니다”라며 결제를 위한 인증 절차를 시작했다. A씨는 아이디·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ARS 연결 등의 과정 없이 “내 목소리 인증”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 B씨도 “내 목소리 인증”이라고 말했지만 기가지니는 “등록된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결제를 거부했다.
비밀번호 대신 목소리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음성인증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진=파워보이스> |
음성인식 AI 기기가 확대되면서 ‘목소리’로 사람을 확인하는 인증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음악을 재생하고 정보를 안내하는 단순 기능을 넘어 A씨처럼 음성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결제도 가능해졌다. 화자인증(음성인증)은 국내 처음으로 KT가 음성 솔루션 기업 '파워보이스'와 협력, 애플리케이션 화자인증 서비스 ‘목소리 인증’을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KT 인증’ 앱 실행 후 ‘내 목소리로 인증’이라고 7번 말하면 인증 수단으로 목소리가 등록된다. 이후 본인인증이 필요할 때 KT 인증 앱에서 ‘내 목소리로 인증’이라는 세 단어만 말하면 된다. 복잡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없다.
KB국민은행도 최근 선보인 금융 서비스 앱 ‘리브똑똑’에 음성 인증을 적용했다. KT 인증 앱처럼 간편 비밀번호 대신 “열려라 똑똑”이라고 말하면 목소리로 본인확인이 된다.
AI스피커에서는 KT가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KT는 기가지니에 화자인증을 도입, 평소 음성으로 기가지니를 이용하는 것처럼 금융 거래도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와 음성인식 기반 은행 서비스 카우치뱅킹을 기가지니에 연동, 화자인증을 접목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기가지니에 "큰아들에게 10만원만 송금해줘"라고 한 뒤 KT 인증 앱처럼 특정 단어를 읽는 방식으로 본인인증을 하면 된다.
KT는 AI스피커 기가지니에 음성인증 기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KT> |
KT는 위에서 언급된 사례처럼 TV홈쇼핑 상품 결제 시에도 화자인증을 거쳐 기가지니에서 결제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화자인증은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콜센터에서도 이용될 수 있다. 정확한 상담을 위해 이름이나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노출 우려도 있다. 긴 통화시간은 전화요금 부담도 증가시킨다.
화자인증이 도입되면 수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본인확인 절차를 줄여 시간과 비용 모두 절감할 수 있다. 파워보이스 분석 결과 콜센터 화자인증 도입 시 절감 가능한 비용은 콜센터 직원 1명당 하루 1만3800원 정도다. 400석의 콜센터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약 20억원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성과 활용도가 높은 화자인증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화자인식 시장은 2014년 6억7000만달러에서 올해 10억7900만달러, 2019년에는 18억41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목소리가 비슷한 쌍둥이나 녹음한 목소리로 보안이 뚫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또 목소리가 탈취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업계는 목소리가 비슷하더라도 같은 단어를 말할 때 나오는 소리가 다르고 녹취된 음성이 재생될 때 나오는 특징이 달라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설사 목소리 데이터가 유출되더라도 인증 시 사용하는 문구를 바꾸는 식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것.
이형엽 파워보이스 부장은 “지문이나 홍채 등 고유성이 높은 생체 특성을 이용하는 인증과 달리 목소리는 탈취되더라도 인증 과정에 사용하는 문구 등을 바꾸는 식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며 “인증 전용장치 없이 쉽게 쓸 수 있어 향후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