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사용 줄자 보유량도 축소...ATM도 진화
작은 지점은 달랑 3억원...고액 현금거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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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90년대만 해도 명절을 앞두곤 은행에 강도가 드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명절이면 돈 나가는 곳이 많다보니 은행에서 현금을 찾는 고객이 많았고, 은행도 많은 현금을 쌓아뒀기 때문입니다.
추석 강도 기사가 실린 1985년 9월 26일자 동아일보 신문 <출처:네이버> |
한국은행은 매년 추석과 설을 앞두고 이렇게 현금을 방출합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저 돈 다 어디가나 싶죠. 왜 난 한 덩어리 안 주나 싶기도 하고.
<사진=김학선 기자> |
그럼 은행 지점에는 정말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까요? 아래 사진처럼 은행마다 금고에 현금과 금 덩어리, 외화가 꽉꽉 채워져 있을까요.
한 은행 지점의 내부금고를 견학 중인 학생들. 실제와는 차이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출처:뉴시스> |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5억~15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적은 곳은 3억원이라고 합니다.
“007 가방을 만원 짜리로 채우면 예전에 1억원이 들어갔죠. 이제는 5만원권도 있어서 현금 3억원이면 쇼핑백 달랑 하나입니다. 은행 지점 금고 열어보면 텅텅 비어 있고 한 칸 정도만 채워져 있죠.”(A은행 20년차 직원)
은행 지점에 현금이 없는 이유는 우선 예전처럼 현금을 찾는 고객이 많지 않아서입니다. 우리 지갑 열어보면 현금 얼마 없죠? 인터넷 금융거래와 신용카드 결제가 많으니 다들 현금 안 찾는 거죠.
모의훈련 중인 은행 지점<출처:뉴시스> |
두 번째 이유는 현금을 찾을 때마다 정부가 지켜보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2000만원 이상의 모든 고액 현금거래와 이상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건설사 등이 비자금과 뇌물용으로 현금을 많이 찾아갔죠. 직원이 은행 지점 수십 군데를 돌면서 2000만원씩 찾아갔습니다. 한 곳서 수억원씩 찾으면 티가 나니까요.”(B은행 18년차 직원)
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현금거래 내역을 다 들여다보고 있어 바로 발각이 된다고 합니다. ‘현금 없는 사회’, ‘현금 없는 은행’입니다.
은행 ATM<출처:뉴시스> |
그런데 금고에는 돈이 얼마 없다고 해도 현금인출기(ATM)에는 꽤 많은 돈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수시로 가서 현금을 찾으니까요.
ATM마다 다른데 한 대당 5000~7000장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5만원권도 있어 대략 1억50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예전 CD기는 입금부와 출금부가 따로 관리됐다고 합니다. 즉, 많은 현금이 입금돼도 출금이 많으면 은행 직원이 수시로 출금부에 돈을 채워놔야했죠. 하지만 ATM은 입출금을 같이 관리합니다. 한 고객이 500만원을 찾아가도 다른 고객이 500만원을 입금하면 ATM 입장에선 ‘똔똔’입니다. 은행 직원이 돈을 더 채울 필요가 없어졌죠. 명절을 앞두고도 많은 현금을 ATM에 채워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 자인농협 은행 강도 CCTV 화면<출처:뉴시스> |
그래도 아직 은행을 털고 싶으시다고요? 네, 은행 강도가 꼭 옛일만은 아닙니다. 올 4월에도 경북 경산시 농협 지점에서 40대 남성이 권총 강도를 저질렀습니다.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도주해 세간의 화제가 됐었죠. 당시 이 강도가 가져간 현금은 1563만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강도, 이틀 만에 붙잡혀 1심과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것도 초범이라 형량이 낮았던 것입니다.
영화 '바르게 살자' 스틸것<출처:네이버> |
결론, 은행 털어봐야 위험에 비해 이득이 그리 크지 않다. '가성비'가 높지 않다는 겁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