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코스닥 기업들 이자율 0% 전환사채 발행 봇물
기관들, 채권 이자보다 주가 전환 차익 기대
[편집자] 이 기사는 9월 15일 오전 11시43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우수연 기자] 비에이치 주가가 대규모 자금조달 이슈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다. 신규 아이폰 출시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큰 영향이다. 이에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역시 국내 기관들이 앞다퉈 받아가는 모습이다.
15일 비에이치는 500억원 규모의 사모 무보증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조달한 자금은 400억원은 시설투자에, 1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만기는 5년, 발행 이후 1년부터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풋옵션).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에 발행하는 전환사채가 이자지급이 없는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서 쟁쟁한 기관들이 투자했다는 것. 채권 이자가 0%인데도 투자를 했다는 것은 이자 수익보다 향후 주식전환을 통한 주가 차익을 노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얘기다.
사모 전환사채 발행 대상은 키움증권 150억원, 미래에셋대우 70억원, 이베스트증권 40억원, KB증권 40억원, NH투자증권 40억원, 기업은행 30억원, 더블유자산운용 70억원, DS자산운용 30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 30억원이다.
증권사들은 주로 자기자본(PI)투자를 활용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인하우스 헤지펀드 자금도 일부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는 메자닌 사모펀드에 담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증권사 PI부서 관계자는 "요즘 잘나가는 회사들은 메자닌 금리를 0%로 발행한다"며 "투자자들도 투자 기업이 디폴트를 내지 않을 것이 확실하니 채권금리보다는 주식 전환해 차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이자율 0%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코스닥 기업으로는 아진산업(245억), 알에프텍(200억), 영우디에스피(180억), 누리텔레콤(100억) 등이 눈에 띈다. 다만 이들 기업의 전환사채 규모는 모두 100억~200억원 내외다. 여타 코스닥 기업의 사례를 비춰볼 때 500억원은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사실 올해 실적 기준으로 현 주가는 올만큼 왔다는 시각도 있고 자금조달 이후에는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다만 아이폰 관련 신규투자를 발표했고 내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기관들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전환가격(2만2717원)보다 현재 주가(전일종가 2만3800원)가 웃돌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겐 호재다. 만일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전환가격(2만2717원)의 75%(1만7037원) 이상으로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항도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전언이다.
작년 비에이치 실적은 영업손실 235억원, 당기순손실도 24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OLED 산업이 전반적으로 살아나면서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는 초입에 와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017년 비에이치의 매출액 전망은 전년대비 106% 늘어난 7688억원, 영업이익은 593억원으로 전망된다. 2018년 영업이익은 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928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가 작년 저점대비 923%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호주를 유지하는 이유는 점유율, 수율, 수익성 측면에서 작년 예상치보다 월등한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2018년 4분기까지 출하량 증가와 수율상승이 지속되며 실적 개선은 이제 초입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년간 비에이치 주가추이 <자료=한국거래소> |
특히 최근 출시된 신규 아이폰(아이폰8·8플러스·X)의 가장 큰 수혜주로 비에이치가 꼽히면서 주가가 상승 추세다. 이번 신규 아이폰 모델의 가장 큰 변화는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는 점인데, OLED에 공급되는 디스플레이용 연성회로기판(FPCB)의 선두업체가 바로 비에이치이기 때문이다.
박기흥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처음으로 대화면 OLED 버전이 함께 출시되면서 2017년 모델인 아이폰8·8플러스·X의 합산 출하향은 7500만대로 작년(아이폰7)대비 20% 증가할 예정"이라며 "현 시점에서 2017년 OLED모델 출하량은 5000만대로 예상되고 물량은 4분기에 집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선 박형우 연구원도 "비에이치의 OLED패널용 공급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당초 기대했던 점유율은 40%였으나 현재 점유율은 과반 이상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고객사는 2017년 뿐만 아니라 2018년 신모델에서도 OLED 패널을 채용할 계획이며,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공급도 유력하기에 낙수효과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